국회는 지난달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을 처리하면서 슬그머니 국회법개정 법률안을 끼워서 통과시켰다.
개정 법률안은 대통령 등의 행정입법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 상임위원회는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행정기관은 그 요구를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행정입법에 대한 직접적인 수정권한을 국회 자신에 부여한 것이다.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새로운 통제 절차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뒤늦게 위헌논란으로 정국이 야단법석으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감염 의심자가 400여명, 격리대상자가 1천4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경로로 추정되는 의심환자도 등장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확산속도에 놀라며 한국인 유전자가 메르스에 취약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무능과 허술한 방역에 대한 분노와 불안 그리고 공포감으로 200여개의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았다. 일부 지자체는 다른 지역의 환자와 격리자 수용을 거부하는 한심한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늦게 메르스 긴급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민관합동의 종합대응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역별로 메르스 의심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거점 중심병원을 운영하기로 했다.
늦었지만 올바른 조치다. 더 이상 중앙정부는 헛발질을 그만하고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는 중심에 서야 한다.
메르스 사태는 앞으로 보름이 고비라고 한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의심 확진환자를 관리하고 병원 밖 3차 감염을 철저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홍수를 이루고 있는 괴담 역시 차단해야 한다. 괴담만큼 정부의 발상 역시 믿기 힘들다. 유포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는 앞뒤 순서가 틀렸다.
오히려 이런 유언비어가 생겨난 이유를 살피는 것이 순서다. 정부를 못 믿어서라고 한다면 왜 못 믿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SNS에서는 이 지역에 있는 국가지정 입원병원의 이름이 나돌면서 그 병원의 외래환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그 병원 근처에 가는 것조차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구 경북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메르스 의심환자나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메르스로 인해 사망자까지 발생하긴 했지만 건강한 성인은 제대로 된 치료만 받는다면 그리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는 만큼 크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고 전염병 예방수칙에 충실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함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른 고온에 가뭄이 계속되는 기상재해로 5월 전국 평균기온이 18.6℃로 1973년 전국단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4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5월 낮 기온이 30℃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서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5월의 봄은 실종되고 여름이 시작된 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올 1~5월까지 강수량이 70mm로 지난해의 41%에 불과해 상수도 취수원이 고갈위기를 맞으면서 비상급수에 나섰다.
올 여름은 태풍과 집중호우도 예상되고 있다. 기상청과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엘니뇨와 지구온난화에 따른 전 지구적 현상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는 피할 도리가 없다. 이에 따른 피해와 자연재해도 이제 일상화 됐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만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관계기관, 행정당국은 지금부터 사전점검과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당과 청와대의 신물나는 친박 비박의 이전투구나 야당의 친노 비노 계파투쟁도 이쯤에서 중단하고 국가적 재앙극복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우이 모두 국가적 재앙극복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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