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철봉대 밑의 모래 밭은 흙장난의 놀이터였다. 손을 슬며시 모래속에 파묻고 습기 먹은 모래를 퍼올려 다독다독하면서 두껍이 노래를 불렀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다오. 어린 마음이지만 적어도 거래는 오고가는 공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쯤은 알아 뭐를 줄테니 뭐를 달라고 했다.
기왕이면 좋은 것을 달라고 해야하니, 불공정 거래라서 간절히 청을 해야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어린 손등을 쳐가며 새집을 달라했다.
헌집이 새집이 되는 두껍이 놀이는 분명 창조성이 가득하다. 어쩌면 새마을 정신의 기본이나 오늘날의 발전에는 두껍이 노래를 부르며 하던 이 흙장난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수도 있다.
포항 시는 그토록 바라던 새집을 얻었다. 바로 흥해읍에 우뚝선 포항역이다.
포항역 주변 물댄 논에는 모종한 어린벼가 옛날 까까중머리 중학생 머리카락 찔러 올라오듯 뽀족 뾰족 푸른 하늘에 한가로이 떠있는 흰구름 그림자 드리운 논물을 뚫고나와 여간 목가적이지 않다. 이런 풍경에 초고속 전철이 안착을 하니, 출세한 아이가 고향 돌아오는 모습이다.
참 좋고도 좋은데, 은근 헌집은 어쩌노하는 걱정이 생긴다. 오랫동안 시민의 발 노릇을 했던 시내 한가운데의 포항역이 그렇다.
오고가는 발길이 멈춘 옛 포항역에 얽힌 수많은 추억들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군대 보내는 아들을 보냈던 곳, 먼 길 다녀오는 남편을 마중하던 곳, 헤어짐에 서러워 울기도 했고, 만나서 반가와 춤을 추었던 그 곳이 두꺼비 헌집이 되고 말았다. 새집 받았으니 그만이기엔 뭔가 좀 허전하다.
이제는 사명을 다한 구포항역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필자는 우리 포항시민이 모두 그엣날 추억의 두꺼비 노래를 불러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꺼비가 분명 이 헌집을 새집으로 바꿔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흙을 올리고 손등을 두드리면 분명 새집이 나올 것이다. 사람과 물건을 오가게 한 역사는 이제 아이디어와 경제가 창조되는 신비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야 한다. 철도가 이룩한 20세기의 산업혁명을 이어갈 21세기 산업혁명의 공장이 되어야 한다.
철강도시 포항을 한차원 끌어올릴 신산업을 모의하는 전략요지가 되어야 한다. 원천 소재를 만들어 타도시와 국가를 먹여살린 포항이 이제는 우리는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완성품을 수출하는 곳으로 변모하는 변곡점의 지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언제인가 포항에서 검토한 바 있는 PRT라고 불리는 개인고속교통(Personal Rapid Transit)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은 이론상으로는 3차선 도로를 자전거 길 정도의 폭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미래 기술로 인정 받는 무인 자동차 기술이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시스템이다. 문화유산이 가득한 유럽의 도심에 더 이상 도로를 내기 위해 건물을 파괴할 수 없는 지역에 간단히 설치하여 도심 교통을 획기적으로 도울 수 있어 잠재적 시장규모도 크다.
스웨덴 기술을 도입하여 추진 되었다가 지금은 흐지부지한 PRT를 포항 역사에서 새롭게 혁신하여 수출까지 달려간다면 두꺼비에게서 헌집 주고 새집 하나 아주 잘 받아낸 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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