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역동적인 나라는 사실 드물다. 연일 굵직한 뉴스가 츠나미처럼 몰려오고 시민들은 후끈 달아오른다. 세월호, 공적연금, 갑을관계, 청년실업, 경제 살리기, 외교문제 등등이 왔다가는 밀려가고 성완종 리스트 여파로 이 전총리와 홍지사는 대권주자 반열에서 내일을 기약하기 불안한 처지가 되었다. 외국인 기자들에게는 특종하기가 좋은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연일 개판이다 이러다가는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서도 그런대로 굴러가고 미래는 밝다는 관측이 다수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이슈가 많고 시끄러운가 그리고 그 이유와 해법은 무엇인가. 큰 이유 중 하나는 사건의 본질보다는 현상에 치우치고 진영논리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끌어다 붙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른 바 성완종 리스트가 문제가 나오자 이름이 들어있지 않은 정치인들은 면죄부를 받은 깨끗한 정치인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리 어리석지 않다. 다수의 정치인들이 성완종 회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업인 등으로부터 떳떳치 않은 정치자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 하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록 리스트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타격을 입더라도 이것을 공격한다고 상대적으로 득을 보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정인(正人)은 사인(邪人)을 가리켜 사(邪)라 하고 사인 또한 정인을 보고 사라고 한다. 한마디로 까마귀와 백로의 구별이 현실 세계에는 그리 분명하지 못하다. 오히려 대부분 회색 지대에 있어 누가 좀 더 희고 검은 지를 가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나 까마귀일수록 학에 가깝도록 하얀 깃털로 포장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논어의 양화(陽貨)편서 공자도 ‘작은 토호였던 향원을 덕을 해치는 도적’이라고 비판하였다. 나아가 공자는 사람들이 향원을 다 좋아하고 스스로도 옳다고 여기지만 정의와 신의를 혼란시키고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한다고 하였다. 맹자는 ‘그들은 비난하려해도 딱 들어서 비난할 길이 없고 공격하려 해도 구실이 없으나 세속에 아첨하고 더러운 세상에 합류한다. 충심과 신의가 있는 척하고 나아가 행하면 청렴결백한 척한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에서는 공자가 사이비라고 경계한 향원 정도라도 찾기가 쉬운 것일까. 기업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칠ㆍ팔십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명멸하였다. 대부분 이른바 오너가 부도덕하거나 본업보다는 정치 등에 한눈을 팔았기 때문이며 성완종 회장도 그 많은 사례 중 하나이다. 특혜자금을 받아 뇌물로 쓰고 회사 돈으로 장학사업도 하면서 이미지를 포장하는 것이다. 종업원이 수만 수십만명에 이르는 경우 과연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나갈 것인가. 단순히 이익 지상주의를 추구한다면 사원들을 한 방향으로 모아나가기 어렵다. 나아가 오너가 한 눈 팔면 핵심간부부터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츠시다 고노스케는 폐병에 주린 배를 공원의 수돗물로 채우면서 어려운 국민들에게 수돗물과 같은 기업이 되겠다고 결심하였고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대부분 요즘 잘 나가는 기업들은 원칙 정도 가치 경영을 주창하고 있다. 새삼 ‘반드시 명분을 바로 세우라’고 하여 정명(正名)은 명분을 바르게 하라는 공자의 말씀이 와 닿는다. 군자는 이름을 내세울 때는 바르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말할 수 있을 때는 구차함이 없어야 하고 도리에 맞아야 한다고 하였다. 자기 이기주의와 파당주의에서 나오거나 시대착오적인 고리타분한 명분이 아니다. 이름이나 가문을 건다는 것이 예전에는 매우 소중하였다. 그러나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목숨까지 건다고 하면서 말이 쉬이 바뀌는 것은 매우 아쉽다. 콜린 파웰 전 미국 국무장관은 걸프전쟁 승리의 영웅이자 탁월한 리더십의 표본이었다. 그는 ‘리더는 항상 사심이 없어야 한다(selfless)’고 강조하고 절대로 이기적이어서는 안 되다고 하였다. 소인은 이(利)를 생각하고 군자는 의(義)를 우선한다고 하지 않는가(見利思義). 사심 없이 모이 줄 땐 손에 앉던 새도 잡겠다고 마음먹으면 앉지 않는다. 어떤 판단과 처신을 할 때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래도 불분명하거나 유혹이 크면 처자식이 늘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의 처신이 그들에게 과연 존경받고 떳떳하게 나를 따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세기 최고 성인으로 불리는 간디는 국가가 망하는 징조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을 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꽤나 걱정스런 면이 크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나부터 반성하고 실천해나간다면 그래도 대한민국호는 건재할 것이다. 마이클 샌델교수는 `도덕이 살아야 정의도 살고 무너진 원칙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스스로 마지막이다 싶을 때 유혹을 물리치고 소신을 지키는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박 대통령이 원칙을 가지고 부패척결을 통한 국가개조 과정에는 저항과 난관이 많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선진 국가 기틀을 만들어간다면 국민도 지지와 호응으로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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