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봄이 걸려 있다. 가로수들을 데리고 길을 따라 걷는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요 당신은 변장한 악마잖아요’ 몸에 맞지 않는 음악이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감성을 펌프질해 본다. 몇몇 건물들도 들썩인다.
봄은 그렇게 떠내려가고 어느 새 구름은 빨간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고, 세상에서 읽을거리를 찾지 못한 늙은 사내의 눈이 중얼중얼 한다. 얼른 집에 가서 넙치처럼 엎드려 지구를 껴안아야겠다.
하늘엔 어떤 이야기도 없는 구름이 지나가고 작달막한 사내는 손의 결혼식을 올리느라 여자의 손을 놓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띵호아’ 점령하듯 돌아다녀 국경이 너덜너덜하다. 반도가 바짝 독이 오른 성기는 아닐까.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한다. 알바 여자 아이가 엉덩이에 드레싱을 뿌린다. 커피 한 잔에 햄버거를 물어뜯는데, 언젠가 들었음직한 절간의 종소리가 물컹하다. 아뿔사, 마음이 너무 멀리 가 버린 것 같다.
◆시 읽기◆
가로수를 따라 걷는 길, 도시의 풍경에는 시인이 읽을거리가 도무지 없다. 절간의 종소리처럼 청아하고 맑은 봄 풍경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마음이 너무 멀리 가버린 것 같은 현실에는 더 나은 미래가 없을 것 같다. 물질의 편이에 이끌려 중심을 잃어가고 있는 사람들, 병들어 가고 있는 거리, 거짓과 위선, 물질과 성적 욕망으로 속화된 자본사회가 위태롭게 느껴진 시인은 너덜너덜한 반도가 바짝 독이 오른 성기는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절멸의 위기에 놓여있는 자본사회의 패악을 지적한다.
세상에서 읽을거리를 찾지 못한 늙은 사내의 눈이 중얼중얼 한다. 얼른 집에 가서 넙치처럼 엎드려 지구를 껴안아야겠다.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현란한 거리, 지구를 병들게 하는 자본사회, 그것은 구름의 가장자리다. 눈부시게 발전한 도시의 거리를 배회하던 시인에겐 보이는 것, 들리는 것들 모두가 헛것들과의 끔찍한 조우였다고 생각하는 시인은 지금 본능적 욕망과 자본의 편이를 쫒아가느라 지구의 미래와 사람의 내면적 본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요하고 맑은 정신의 회복을 넌지시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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