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식 폭스바겐 비틀을 28년째 타고 다니는 우루과이 ‘무히카’ 대통령, 운전사도 없고, 경호원도 없이 이 낡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여 출퇴근 하는 대통령, 화훼를 주업으로 하여 생업을 유지하는 무히카는 밭에 물을 주기 위해 직접 물통을 들고 일을 한다. 무히카 대통령은 52%의 국민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금년 2월,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당시 6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그냥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1960년대 독재 정권과 맞서 싸우던 투파마로스(Tupamaros)라는 공산주의자그룹의 도시 게릴라 출신이다. 직접 총을 쏘고, 총을 맞기도 하면서 종횡무진 활동을 하여 ‘로빈 후드’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1970년대 채포되어 13년간 형무소에서 혹독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대통령 취임 후 누구하나 증오하지도 않았고, 적개심을 갖고 복수하지도 않았다. 그의 이러한 인간사랑은, 내 편만 좋은 사람이고 상대편은 모두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단견과 이분법적 사고를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론으로 일관하면서 ‘서로 다르다’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전제가 없으면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대통령에 취임한 후 일관되게 실천하였다. 그는 투사였다. 죽음마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오직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이룩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총을 들고 전장과 같은 게릴라전에서 독재와 싸우던 마르크스주의 신봉자 무히카는, 상급부서의 지시에 따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된(1957년) 제6차 세계청년포럼에 참가하면서 ‘허구의 공산주의’를 체감한다.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한 폭력과 무질서도 용서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를 결정적으로 좌절케 한 것은 소련의 관료주의와 무지막지한 권력에 신음하는 소련 인민들의 참상을 보고 공산주의에 처절하게 실망한다. 그가 소련을 방문하였을 때는 흐루쵸프가 집권하고 있을 때다. 스탈린의 철권통치에 비하면 아주 부드러운 때였음에도 특권적 지위에만 경도된 직업적 공산당원들의 권위의식과 엘리트주의,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귀국 후 우루과이 공산당에 적대적으로 변하게 된다. 무히카가 진정으로 우루과이를 사랑하지 않고, 우루과이 국민들을 사랑하지 않는 맹신적 공산주의자였다면, 공산주의 종주국 소련이나 쿠바에서 당료들만이 부와 영예를 독점하는 실상에 분노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우루과이 공산당과 결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2015년 대한민국 영토 안에 살고 있으면서도 북한을 무조건 지지하고 맹종하는 종북ㆍ친북세력들은 어떤 유형의 인간들일까, 무히카가 몇 번의 여행과 행사기간 동안에 본 소련 공산당의 만행에 진저리치면서 공산당과 결별하였는데, 한 세기가 다 되도록 북한의 만행을 보고, 듣고, 체감하고 살아오면서도 북한과 결별하지 못하는 한국의 종북세력들은 무엇을 추구하는 무리들인가! 김일성이 창안하였다는 주체사상이 그렇게도 신봉할 만큼 높은 가치를 지닌 학문이고 실천철학이라면, 오늘날 북조선에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어 가고 있는 이 참상과, 지금도 거리를 해매고 있는 수십만 명의 꽃제비들, 오직 배가 고프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수만 명의 탈북자 행렬은 무엇인가? 그 배고픈 군상은 인간이 아닌가? 주체사상에는 분명하게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철학적 원리가 있음에도 그 주인이 등 돌리는 현실이 종북세력들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가. 무히카는 진정한 좌파였다. 재임 중에 대통령으로 받는 월급 약 1300만 원 중 90%를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대통령궁 일부를 노숙자 쉼터로 제공하면서도 자신은 허름한 농가에서 농사를 짓고 부인과 한쪽 다리가 불구인 강아지 마누엘라와 살아간다. 재산이라고는 트랙터 2대와 농기구, 그리고 볼품없는 농가가 전부다. 1985년 감옥에서 석방된 후 좌익조직인 민중참여운동에 헌신하면서 정계에 입문, 하원의원, 상원의원, 농수산부장관, 대통령까지 역임한 인사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소박하고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은 다 먹고, 좋은 집에 살면서, 가난하게 사는 소시민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한국의 종북세력이나 강남좌파와는 근본이 다르다, 철저한 노동자, 농민, 민중 우선주의자이지만 실정법을 위반할 경우 가혹하리만큼 처단한다. 지난 2011년 금속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단행한 사건, 2012년 공공노조, 특히 교원노조 분규 등에 경찰력을 동원 가차 없이 처단하였으며, 파업기간 임금을 모두 동결하는 강수도 불사하였다. 우루과이는 인구도 적고 부존자원도 빈약한 나라일 뿐 아니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끼어있는 지정학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 마치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에 끼어있는 한국처럼 말이다. 그래서인지 무히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나라,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한국을 진정으로 동경하고 있으며, 우루과이가 현실을 극복하고 강소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은 한국의 발전을 모델로 하는 길 뿐이라고 강조하여 왔다. 투파마로스 게릴라 대원에서 평화ㆍ민주주의ㆍ인권ㆍ준법의 정신에 입각해 통치하는 주인공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매번 추천되어 왔던 무히카를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자(賢者)’라 하였고, 스페인 국왕 후안 카를로스는 그를 만델라와 비교된다고 하였다. 우리사회에서는 무히카와 비교될 수 있는 정치가가 왜 없을까!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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