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통계는 늘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목회를 하는 탓에 4인 가족 최저생계비라든지 도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라든지 대부분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청송에 와서, 농사를 지으면서 특히 귀농단체의 일을 하면서 통계라는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년 지역의 한 라디오 방송 코너에 고정출연하면서 몇 주간에 걸쳐서 청송군 농업통계를 조명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어느 곳에도 귀농에 대한 통계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해마다 발간하는 통계연보는 정해져 있는 양식 탓에 아마 지자체만의 고유한 양식, 통계자료를 새로이 작성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그렇다 하더라도 창조적인 시도를 누가 탓하지는 않을 성 싶다) 물론 해 마다 발표하는 통계청 발표나 농식품부의 자료에는 분명 나온다.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런 표피적인 통계가 아니라 예를 들면 ‘청송에 와서 귀농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얼마쯤 되는 걸까?’ 하는 심도 깊은 통계이다. 종종 농업정책을 다루는 연구소나 기관들이 귀농실태에 대한 용역을 받고 필자에게 사례를 문의해 오는 경우가 있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방송국에서 실패 사례를 추적하면서 필자를 찾는 경우도 있다. 현장 활동가로서 아주 주관적이고 모호한 답변으로 때울 때가 많아서 내심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귀농 실패 사례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귀농 실패는 또 다른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낳기 때문이다. 귀농에 실패하고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귀농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면 귀농실태에 대한 양상과 함께 정책이 현장의 상황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나아가 기존 지역민들의 텃세를 비롯해 작물의 선택의 문제점과 농사기술에 관한 수준과 활용 정도도 자연스럽게 포착된다. 또 애초 귀농 시에 가지고 있었던 개인의 문제점이나 여건, 상황도 필연적으로 노정이 되게 마련이다. 기업에서는 종종 ‘실패파티’도 한다는 것을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품 자체의 문제점과 마케팅을 비롯한 과정의 문제점까지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되고 결국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되는 유익을 얻게 된다. 모 기업의 회장이 실패파티에서 했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패작을 내 놓은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실패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일일이 이런 가구를 확인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야 옳지만 누가 “나 실패 했소” 하고 떠벌이면서 농촌을 떠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떠날 때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 가지 대안을 떠 올려본다. 귀농 실패를 예방하고 분석하기 위해서 귀농가구의 소득을 미리 추적해 보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귀농 4~5년차를 대략 정착의 분기점이라고 잡는다고 볼 때 적어도 이 시기까지는 소득이나 정착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사실 3년만 추적해 보아도 대략 이 귀농인이 정착과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예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농업소득 파악의 특성상 제대로 된 답변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안다. 많아도 적다고 말하고 적으면 훨씬 더 적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것도 감안하여 파악할 줄 아는 혜안도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조사 활동을 통해서 귀농인의 애로사항이나 욕구를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소통의 효과도 크다. 모름지기 문제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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