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한국과 일본이 바닥으로 떨어진 외교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서로 큰 틀의 양보와 타협을 하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금전적 배상을 하면 한국은 일본의 최종적 제안을 수용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과 지일파 학자인 브래드 글로서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이사는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제안을 담은 ‘한ㆍ일 정체성 충돌’이라는 공동저서를 소개했다.
이들은 “한ㆍ일 양국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전략적 이해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정체성의 충돌”이라며 “냉전기의 국제관계 속에서 저평가됐던 양국의 정체성 갈등이 대두하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가고, 과거에는 통했던 한ㆍ미ㆍ일 3국의 협력도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국은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자 ‘한류’의 고향으로서 자신감이 넘치는, 성장 가도에 있는 국가”라며 “그러나 한국인들 사이에는 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 다시 말해 ‘고래 싸움에 끼인 새우’와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있으며, 이 때문에 국가적 지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20세기 초 일제 강점에 따라 일본에 대한 우려가 한국인들의 민족정신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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