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의 슬픔과 손수건의 슬픔은 다르다
예고 없는 비보에 황급히 얼굴을 감싼 손바닥
놀란 손이 젖고 어깨가 흔들린다
이것은 슬픔의 강도, 입을 틀어막지 못한 슬픔엔 체면이 없어
무너진 억장이
가슴을 친다
눈가를 토닥거리는 손수건은
정갈한 슬픔이어서
손수건 귀퉁이에 심어진 제비꽃은 예의를 먹고 자란다
슬픔마저 다급해지는 폭염은
사선으로 숨을 자른 국화의 가을조문을 빌려오고
먼저 온 애도가 나가자마자
목례도 없이 다음차례와 절을 나눈다
삽이 뿌린 흙 위에 꽃들은 던져지고
함께 순장되는 낯익은 울음들
이름 하나가 온전히 묻히면 눈에 보이는 슬픔은 마지막이어서
손수건 밖으로 오열이 빠져나간다
방식은 달라도
슬픔을 감당하는 손
손바닥과 손수건의 눈물은 모두 가슴에서 마른다
◆시 읽기◆
슬픔의 종류는 다양하다. 망연자실, 울부짖음, 통곡, 오열, 흐느낌, 우울, 외로움, 화, 한숨 등등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겪는 슬픔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시인은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슬프게 울음을 토해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문상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느닷없는 비보에 울컥 쏟아지는 울음, 미처 손수건을 꺼낼 사이도 없이 손으로 틀어막아야 할 울음도 있고, 슬픔을 삼키는 울음도 있다. 소리를 내는 울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 보이고, 어느 정도 슬픔이 진정된 다음에야 손수건을 쓸 수 있는 울음도 있다. 그러나 손이든 손수건이든 가슴이 저린 것은 매한가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가슴이 아픈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슬픔의 단계는 처음 충격이 찾아오고, 눈물을 흘리는 슬픔의 감정이 표출되고, 우울을 겪고, 외로워하면서 몸과 마음이 아파온다. 자칫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는 단계이기도 하며 상실에 따른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다가 끝내 화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며 차츰 예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그 슬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눈물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이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이기도 하겠다. 강도의 차이는 있어도 슬픔이란 모두 가슴 저리는 일이다. 눈물 나는 일에는 눈물을 흘리자. 슬픔의 치유는 눈물을 흘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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