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현서고등학교와 안덕고등학교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일 내년 3월1일자로 통합을 결정했다.
당초 현서중ㆍ고와 안덕중ㆍ고교의 통합을 추진한지 1년여 만에 합의는 이뤄졌으나 양 중학교는 통합에서 제외되고 고등학교만 통합을 결정해 반쪽 통합이라는 지적이다.
농촌지역의 인구감소는 수십 년째 이어지면서 학생수 급감에 따른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시급한 실정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 통폐합은 농촌지역 학교가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장소 이상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 과정은 순탄하지 만은 않다.
농촌지역 학부모들은 가르치는 교사의 사기진작과 배우는 학생들의 경쟁심 유발, 학교의 경쟁력 제고, 국가 교육예산의 낭비를 방지하는 등 다방면에서 소규모 고등학교 통폐합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의 규모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통폐합 목적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구심점을 잃는다는 아쉬움 때문에 일부 주민들과 동창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통폐합은 일단 학생수 60명 이하의 학교가 대상이 되고 학생수 15명 이하 학교는 중점 통합대상이나 학생과 학부모, 동창회,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학부모나 지역민들의 의견이며 학부모 3분의 2이상 동의가 필수적이다. 청송군의 현서고와 안덕고의 통합이 결정되기까지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초 현서중ㆍ고와 안덕중ㆍ고의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협의회를 시작으로 학부모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몇 차례의 협의로 200명의 투표인단을 구성해 8월 18일 통합학교 선정 투표를 치렀다.
물론 투표결과에 승복한다는 서약서도 작성했으나 현서중ㆍ고교로의 통합이 결정되자 안덕면 주민들은 이에 승복하지 않고 원천무효를 선언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민사소송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해 민사소송은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으나 아직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경북도교육청이 중재에 나서 지난 7일 안덕고가 현서고등학교로 통합이 결정됐다.
내년 3월1일 통합되는 고등학교에는 100억원 가량의 통폐합지원금이 지원돼 교육경쟁력 강화는 물론 농촌지역 중심학교가 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주민들은 불과 몇 년 후에는 통합학교가 또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와 통합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교육행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고등학교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입학인원은 14명으로 내년 통합학교에 진학대상인 현서중 3학년은 불과 6명이며 안덕중 3학년은 9명으로 이들 모두가 통합학교로 진학한다면 유지가 가능하나 2명 이상이 타 학교로 진학할 경우 또 다른 지역에서 학생을 데려와야 한다.
더욱이 2018년 통합학교에 진학할 현재의 중학교 1학년은 현서(5명)와 안덕중(6명) 재학생은 고작 11명뿐이다.
과연 통합학교에 1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만큼 통합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통합과정에서 양 지역민들의 갈등으로 일부 안덕지역 학부모들은 “학교가 통합됐지 학생통합은 아니다”며 “통합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통합학교의 장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실적위주가 아닌 정말 학생들을 위하고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좀 더 멀리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불과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학교통합과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지원 사업에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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