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도 줍지 않는 10원을 내가 줍는다 원 안에 때 묻은 다보탑이 갇혀있다 무턱대고 욕하며 덤벼드는 산발한 사람이 지나가는 구 서울역 옆 서울역에는 속속 택시가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빌딩은 메타세쿼이아처럼 서로 뿌리를 단단히 잇고 있다 빌딩의 그림자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저녁 사람들은 눈을 내리깔고 눈초리 밖에 있으려는 순한 얼굴로 쿵, 쿵, 멀어져가는 빌딩의 발자국 소리를 차창 안에서 듣는다 봄밭에 치솟는 노고지리의 울음소리는 만만한 옛날 얘기 어슬렁거리는 이방인의 땟물이 남의 얘기가 아닐 거라며 손사래 치며 눈을 감는다 반짝, 빛나는 앙증맞은 10원이 납빛 분노로 누워있는 일원짜리 무궁화보다 더 길게 벤치마다 누워있다 청소부는 서둘러 빗질을 했고 쓰레받기엔 10원짜리로 가득했다 맨발로 걸어 들어가 다보탑에 함께 앉은 석가모니가 감실 문을 탁, 닫았다 ◆시 읽기◆ 땅바닥에 굴러다녀도 아무도 줍지 않는 십 원짜리 동전, 공과금낼 때나 기원을 비는 물속에 던져지거나 노인정 할머니들 화투밑천에나 쓰이는 10원짜리 동전, 일상생활에서 거의 쓸 일이 없어져 노숙자도 줍지 않는다는 10원으로 붕어빵, 얼음과자를 먹을 수 있었고, 50원이면 영화보고 자장면 먹고 미술관 갈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언제부터 십 원의 가치가 서랍이나 저금통에 잠자거나 이리저리 굴러다녀도 아무도 줍지 않게 된 걸까. 간편한 카드나 가벼운 지폐사용이 원인이기도 하겠고, 물가에 몇 십 원의 단위가 없어진 원인이기도 하겠다. 황동으로 만들어 진 10원짜리 동전은 제조시 재료비 20원에 부가비용까지 보태져서 제조단가가 40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 액면표시가치보다 원가가 높은 10원 동전을 녹여서 구리괴로 만들어 이득을 챙겼던 범죄도 있었다. 사용이득보다는 재료원가를 챙기는 것이 훨씬 이득인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한국은행 발권국 발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0원화는 약 82억 개, 발행 잔액은 818억 원이라고 한다. 팔백억 원이 잠자고 있거나 버려져 있다는 것이다. 10원짜리 동전 이대로도 괜찮은가? 이런 막대한 손실을 막을 해결책은 없을까? 시인의 말처럼 맨발로 걸어 들어가 다보탑에 함께 앉은 석가모니가 감실 문을 탁, 닫았을 듯만도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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