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마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처럼 환상에 젖어 있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얼마 전 20대의 젊은 예비 귀농인을 상담했다. 고등학교를 나와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 사람은 이제 결혼한 지 1년을 갓 지낸 신혼 가정이기도 하다.
무슨 호기가 생겨서 인지 귀농하면 제법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한 듯 했다. 하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건과 처한 상황을 조목조목 짚어 들어가자 금세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래야 전세자금 4천여만이 고작이다. 게다가 도회지에서 나고 자라 농사에 대한 경험도 전무하다. 그런데도 그는 과수를 하고 싶어 했다.
‘누가 뭘 믿고 그대에게 과수원을 임대해 주겠느냐?’는 질문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린다. 하기야 나이도 젊으니 꿈을 크게 가지는 것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청송처럼 한정된 농지와 자원상황을 고려하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귀농하려고 하는 예비 귀농인에게 소개조차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
렇다면 예비 귀농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성공적인 귀농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한정된 지면이라 세 가지 정도만 당부하고 싶다.
첫째, ‘귀농도 시즌이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놓치면 안된다.
운동경기도 야구하는 시즌과 농구하는 시즌이 따로 있다. 농지를 구하는 것은 아무 때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특히 요즘 철은 집안에 변고가 있지 않는 한 농민들은 한창 자신의 농사에 열중하는 시기이다.
매매나 임차할 농지가 나오는 때는 가을 추수를 막 앞둔 시기부터 초겨울이 막 시작되는 초입 무렵이다. 이때에는 비교적 선택의 여지도 있다. 그러므로 귀농의 계획이 서면 적어도 2, 3년 전부터 농가체험을 비롯하여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귀농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예비 귀농인들이 스쳐지나가듯이 묻고는 두 번 다시 물어 오는 경우가 드문 것을 경험한다. 문이 열릴 때까지 계속 두드리는 근성이 아쉽다. 그런 근성이 있는 사람이 농사도 잘 짓는 법이 아닐까.
두 번째는 ‘도제식 귀농멘토’가 있는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이다.
사실 귀농멘토는 귀농 후가 아니라 귀농 전에 만나야 한다.
지역이 결정되거나 결심이 서면 가장 먼저 해야 될 일은 멘토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무협지에 나오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어찌어찌해서 사부를 만나고 우여곡절 끝에 그 사부의 제자가 된다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연을 맺은 사부가 시키는 것은 무조건 복종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가 되기도 한다.
귀농멘토는 단지 농사의 지식, 기술만을 전수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농촌 생활의 전반에 걸쳐서 적절한 코칭을 해 주는 사람이다. 필자는 감사하게도 귀농 전부터 좋은 귀농멘토를 만났다.
귀농 후에는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저녁 그의 집을 드나들면서 농촌과 농사를 배웠다.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그렇게 질문을 하는데도 그는 아낌없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급기야 귀농에 관한 책까지 내게 되었으니 감히 제대로 배웠다고 자부한다.
속된 말로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는 그런 신뢰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농촌생활은 참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귀농’을 하라는 것이다. 근자에 와서 스토리텔링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대개 우리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감동적인 성공스토리를 갖고 있다.
아니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지나 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소재들을 마치 구슬을 꿰는 것처럼 연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귀농에 있어서 스토리텔링은 귀농 전부터 소위 귀농에 대한 ‘개똥철학’부터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벌이도 시원찮은데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나 지어 볼까’ 이런 말, 이런 식의 태도는 결코 성공 귀농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신분에서 생산자로 신분을 바꾸려면 지혜롭게 주변 관리를 해야 한다.
왜 농촌에 가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 그가 생산해 내는 농산물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판로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들리는 말에는 청송군도 예비 귀농인 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 귀농 후 교육도 중요하지만 귀농 전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 준비된 예비 귀농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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