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이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었다.
이 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한 것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조지 축일과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세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4월 23일 사망한 날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독서량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마다 조사하는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연간 국민독서량은 성인 1인당 9.2권으로 지난 조사 때보다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이용시간의 증가와 전자매체 환경의 급변 등으로 독서량이 줄어든 요인으로 조사됐다. 시대를 막론하고 독서는 항상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성의 길잡이로 중요시 되어 왔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그의 저서가 다섯 수레에 실을 정도였다. 그래서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 책을 읽으라는 일화도 남겼다.
노소를 불문하고 공원이나 여행 중에 한가히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컴퓨터나 스마트폰 대신 책 읽기를 말로만 하지 말고 먼저 책 읽기를 습관화한다면 아이들도 따라 책을 가까이 할 것이고 가족 모두가 독서를 즐긴다면 그 보다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 있겠는가?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포목행상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고달픈 삶 속에서도 김수환 추기경과 그의 형 김동환 신부 형제를 성직자로 이끈 서중화 여사는 여장부로 불릴 만큼 억척스러운 삶의 뒷면에는 성서(聖書)를 놓지 않고 끊임없는 기도로 엮어진 신앙의 끈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추기경은 생전에 어머니의 기도가 없었다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지도 못하고 사제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 추기경이 역사에 남을 인물로 키운 것은 오로지 어머니 서중화 여사의 기도와 성경속의 삶을 살아온 덕분이었다.
민족시인 이상화 어머니 김신자 여사 역시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아들 넷을 모두 존경받는 훌륭한 인물로 키운 데는 일제치하에서 교육부인회에 참여했고 여성교육을 위해 설립된 부인 야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책을 놓지 않는 근대적 여성운동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학문적 소양도 뛰어났다. 그녀가 쓴 ‘행장록’은 여류문학 이상의 수준이었다. 문체가 수려한 것은 물론 문학적 가치도 높았다.
시인 이상화의 민족성향과 문학적 재능은 어머니 김신자 여사의 독서와 정신적 유산이었을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혜의 꽃밭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꽃은 향기를 약속하지만 독서는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청소년들은 미래가 달라진다. 독서는 지식 습득뿐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강하게 키운다. 좋은 책을 읽게 되면 세상을 판독하는 눈이 또한 달라진다.
요즘 청소년들의 언어폭력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일차적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겠으나 좋은 독서습관의 부재와 문제의식의 결핍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품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부모의 고려장은 저리가랄 정도의 섬뜩한 결과가 나왔다.
부모가 언제 죽었으면 좋겠느냐 라는 물음에 63세라고 답했고 아버지에게서 원하는 것은 오직 돈 뿐이고 은퇴해 퇴직금을 남기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학생이 40%를 넘었다고 한다.
어쩌다가 우리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나?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는 감동적인 문학작품 같은 책은 읽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답만 알려주는 전자정보 기계화 탓일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삶의 풍요를 얻으려면 독서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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