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꾸러미) 사업에 도전하자 -
잠이 오지 않는 날은 어김없이 ‘글 쓰는 기계’ 앞에 앉는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몸이 글을 쓰라고 재촉하는 것을 느낀다. 지난 번 칼럼이었던 ‘대체작물에 대한 고민’이 게재된 후 필자의 페이스북과 귀농을 준비하고 소통하는 페이스북 그룹 모임에도 공유 했었다. 몇몇 페친들과 소통하면서 결국 대체작물이전에 농업도 마케팅이라는 결론에 함께 도달했다. 다시 말하면 별다른 작물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별다른 마케팅’이 있을 뿐이다. 그 별다른 마케팅의 방법 중의 하나가 소위 ‘꾸러미 사업’이라는 게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청송참농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조합을 창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창립총회를 마친 후 농산물 판매의 탁월한 현장 사례들을 모은 특강을 개설하고 들을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가졌다. 많은 사례들 중에 ‘꾸러미 사업’이 눈에 확 들어왔다. 평소 필자가 생각해 오던 농산물 판매 방식에 대한 개념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반갑기 그지없었다. 혹 생소한 이들을 위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런 것이다. 여러 가지 농산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서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부들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항상 식단을 어떻게 차릴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건강 식단을 짜기 이전에 ‘오늘은 무엇으로 한 끼를 때우냐’가 더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요즘처럼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된 세태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런 주부의 고민을 생산자, 즉 농민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생산자가 매주 배달해 주는 ‘꾸러미 농산물’에 맞추어서 식단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꾸러미지 까놓고 발하면 ‘주는 대로 먹으라’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북의 한 아파트 단지의 500가구가 생산자가 짜주는 식단을 그대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상호간에 깊은 신뢰가 형성되어야 가능하다. 생산자가 배달해 주는 꾸러미 농산물이 안전한 먹거리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결국 이 꾸러미 사업을 통해 농가는 안정적인 생산, 소득 기반이 마련될 수밖에 없다. 또한 특정한 농산물이 판로를 열어가지 못해 발을 동동 거리는 농가들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이 꾸러미에 한 품목으로 담아 버리면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 사실 ‘주는 대로 먹는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기숙사나 회사의 구내식당, 심지어 일반 식당에 가도 마치가 우리가 주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짜여진 대로 먹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은 융복합의 시대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개별적인 단위 농가들이 서로 힘을 모아서 새로운 판매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앞서 소개한 우리 에서는 가령 청송사과와 (청송)오미자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물론 사과와 오미자는 생산 시기가 각각 다르다. 더구나 오미자는 저장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서로 섞일 수 없는 품목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오미자 고객이 사과 고객이 되게 하고 사과 고객이 오미자 고객이 되게 만들려고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우스운 얘기지만 영업비밀(?)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같이, 함께 잘 살자’는 마음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것이 협동조합의 정신이 아닌가.
우산 장수 아들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비오는 날 나막신 파는 아들 걱정하고, 맑은 날 우산 파는 아들을 걱정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날씨가 맑아도 우산을 팔 수 있고 날씨가 궂어도 나막신은 얼마든지 말 수 있다. 실제로 여름 상품인 에어컨이 겨울에도 팔리지 않는가. 기존의 낡은 사고, 판매방식에 매이지 말자. 또 ‘자기만 잘 살면 그만이다’ 식의 못된 이기주의도 극복해야 된다. 결코 혼자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내 옆의 사람이 울고 있는데 나는 웃을 수 있는가? 청송농민은 사과를 하든 오미자를 하든 고추를 하든 무슨 농사를 짓든 다 함께 잘 살아야 하는 공동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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