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에서부터 진군하여
고층 아파트 몇 동(棟)을 통째로 갉아먹고는
안개는 지상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지상의 존재들은
모든 육신(肉身)을 안개에게 내주며
고요히 최면에 걸려들고 있었다
최면술로 무장한 저 안개는 점령군이다
인간이 불안하게 지어 놓은
지상의 저 많은 집들,
그리고 우리가 저지른 죄악들까지
안개는 한동안 다 덮을 수 있다.
▲ 하수현 / 아호는 백산(百山). 1961년 포항에서 태어나 1985년 월간《한국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회원이다. 포항시인협회 회장, 포항문인협회 부회장, 경북문학예술대학 원장,《경북시학》편집인 등으로 있다. 시집으로『나의 연인은 레몬 향기가 난다』가 있고, 장시「올리브나무」·「겨울 나그네」를 발표했다. 헤세기념상(PEN한국이사장), 중봉조헌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연세대 이한열문학상, 생태시문학상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가입·활동 문의: san7000a@naver.com (하수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