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토지를 기업에 비유한다면 작물은 업종에 비유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농민에게 있어서 좋은 토지란 삶의 전부와도 같은 것이어서 농업에서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도 놓치 않는 법이다. 자신이 가진 여러 농지들 중에서 부득이 처분해야 될 일이 있을 경우 그 중에서 가장 못한 농지를 처분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농지를 처분하는 것만큼이나 신중을 기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작물을 전환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도 업종을 전환하는 일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도 거의 평생토록 짓던 작물을 걷어내고 새로운 작물을 선택하는 일은 여간 부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해 오던 작물보다 새로운 대체작물에 대한 전망이 뚜렷하지 않으면 결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농사란 한 해만 망쳐도 그 휴유증이 몇 년 가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10여년 전 필자의 친척이 평생 고추농사를 짓다가 큰 결심을 하고 인삼을 재배하기로 했다. 인삼도 과수작물과 마찬가지로 수년이 지나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작물이 아니던가. 세월이 흘러 인삼을 드디어 수확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수매처에 가지고 갔지만 아뿔싸, 농약잔류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수년 동안의 기다림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은 필자에게 농사와 농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우리 농민들이 토양관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 십 년 동안 고추농사를 지어 온 밭에 인삼을 재배한다고 했을 때 왜 토양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는 것인가? 농사에 잔뼈가 굵었다고 큰 소리만 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작물을 선택할 때에는 초보의 자세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초보 농사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농사에 자신 있는 것과 그 작물에 대한 농사법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렇기에 농민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작물에 손을 댄다고 하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작물은 누가 할 것인가? 청송도 의식 있는 농민들 사이에서 새로운 대체작물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다. 청송사과의 명성이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 심리도 저변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대체작물에 대한 시도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그 특성상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행여나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특히 지금의 농지환경 하에서 새로운 농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그 일을 누가 과연 주도적으로 할 것인가? 해답은 귀농인에게 있다면 지나친 것일까. 그나마 새로운 작물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귀농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이 과연 과문(寡聞)한가? 귀농인은 기본적으로 도전 정신이 있다. 든든한 도회지 네트워크도 있어서 비교적 손쉽게 초기 판로를 열어갈 수도 있다. 물론 농사기술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귀농인의 특성상 이들은 스펀지처럼 새로운 배움에 늘 열려 있는 사람들이다. 각설하고 대체작물에 대한 선택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어느 한 가지 작물만 고집할 일도 아니다. 비슷한 종류의 작물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작물들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별적 상품이 되면서도 묶었을 때 상품가치가 더 드러나면 금상첨화다. 그런 차원에서 약용작물에 대한 고민도 해봄직하다. 무엇보다도 대체작물을 육성하려고 할 때 자본이 적게 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이 서로에게 안전하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집단화 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동일한 작물 재배 농가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이나 작목반 조직을 유도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제는 귀농인 유치도 온다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대체작물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전략적인 귀농인 유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우 한정적인 농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자신감을 가지자. 청송은 그 이름 자체가 이미 브랜드다. ‘자연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명품 ○○○’ 멋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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