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가 직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장애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부재중이라 버티는 듯하더니 국민과 여당의 여론에 밀려 스스로 사의를 표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지난 2013년 4.24 재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선거지원금 3천만원을 수수한 의혹에 대한 진실게임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이미 성완종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가 공개된데 이어 당시 세부정황까지 언론에 보도됐다.
선 전 회장이 남긴 메모를 놓고 여야가 벌이는 행태가 가관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당의 대선자금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하기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이름도 속속 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자연히 야당도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야당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입이 거칠기로 유명한 정청래 의원은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렸다.
이런 의혹 제기는 정당이 아닌 언론의 몫이다. 상대를 헐뜯는 일이 다반사인 정치에서도 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이 분명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국민에게 먼저 머리 숙여 사죄해야 마땅하거늘 너희는 뭐가 다른가라고 서로 고자질하며 헐뜯는 행태는 상식을 벗어난 추태일 따름이다.
심판은 당사자인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옳고 그름은 국민의 권한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금 상황이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정치의 부패 뿌리를 뽑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끝까지 가야한다고 말했다.
모처럼 신선한 발언이라 생각된다. 이 전 총리는 이제 진실된 마음으로 수사에 응해 혼란을 정리하는 것이 진정한 안정이요 순리일 것이다.
3천만원 수수의 진실여부를 떠나 이 전 총리는 의혹에 대처하는 능력과 자세에 큰 결함을 보였다. 반복된 거짓말과 기억나지 않는다는 무책임은 이미 그가 위기를 관리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과 공무원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줄줄이 이어지는 증언과 성완종의 48분 녹취록 공개, 작성해 놓은 비망록 등으로 사건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들의 거짓말이 이어지면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점점 커져 변수가 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전 총리와 정ㆍ관계 거명되고 있는 의혹의 당사자들은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을 것이란 말을 명심하고 스스로 자복하고 진실을 밝힌다면 국민의 지탄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건 또한 1년이 지났다. 웬만하면 잊혀 질 법도 한데 아직도 노란리본과 현수막들은 전국 도처에서 펄럭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국민이 TV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하늘에는 헬기가 떠있고 해군과 해경함정은 기울어져 가는 세월호 주변에서 구조에 나서는 듯 했다.
그러나 세월호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창문을 두드리는 아우성을 지켜보는 가운데 서서히 침몰했고 구조를 기다리던 생존자들은 배와 함께 바다속 깊은 곳으로 304명의 생목숨을 수장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눈앞에서 침몰해가는 배 안의 생목숨을 구조하지 못했는지 유족들은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돈 보다 진상규명이 먼저라고, 무슨 사연 때문인지 알아야겠다며 요구하고 있다.
해경이 해체되고 선장을 비롯한 154명이나 살아 구속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구조되지 못한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이유를 밝히고 말해주는 것이 진짜 추모이고 살아있는 이들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지난해 5월 19일 TV 카메라 앞에서 흘린 박 대통령의 눈물이 진심이기를 믿고 싶다.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이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
유족들의 한과 슬픔 그리고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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