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토요일, 꽃바람 부는 시간에 ‘숲 사랑 동호회’의 화전놀이에 초대되었다.
진달래꽃, 쑥, 매화꽃, 말린 국화 잎,약초를 가져와 꽃향기와 함께 웃음꽃이 가득했다.
찹쌀가루와 물을 반죽하여 둥글게 만들고 손바닥으로 힘을 가하니 작은 호떡 모양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다 예쁜 꽃잎을 얹는다. 후라이팬의 불을 약하게 하여 올리브유를 한번 두르고 그것이 노랗게 익으려 할 때 한번 뒤집기를 하면 쫄깃쫄깃한 꽃 부침개가 만들어진다.
어떤 것은 쌔근하면서도 향기가 나고 어떤 것은 봄나물을 살짝 데쳐 먹는 맛이 난다.
화전 중에서 가장 보기 좋고 먹기에도 좋은 것은 진달래꽃과 쑥을 함께 넣은 것이다.
진달래의 붉은 색감이 입맛을 돋우고 쑥의 향기가 한결 신비롭기 때문이다.
진정한 봄의 맛은 쑥의 향기를 통하여 코로 먼저 들어오고 진달래의 붉은 색감이 눈으로 들어와 리모콘으로 오감을 자극하여 움추렸던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진달래는 참꽃이라고도 하고 두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꽃은 먹을 수 있는 꽃이란 뜻이고,두견화란 중국 촉나라의 망제 두우라는 임금이 위나라에 나라를 빼앗기고 복위를 꿈꾸다 실패하여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되었는데 그 넋이 두견새가 되어 고향 촉나라로 돌아가고파 귀촉(歸蜀), 귀촉하고 울다가 피를 토하여 그 피가 떨어진 곳에 핀 꽃이라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저녁나절 불타는 노을이 언덕에 깔리면 선녀가 내려와 비단 금침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포근하고 정겨운 풍경을 자아내는 것이 진달래다.
화전놀이는 이 진달래를 비롯하여 먹을 수 있는 봄꽃으로 화전을 부쳐 먹으면서 하루를 즐기는 것이다. 유교 중심 전통 사회에서 아낙네들이 바깥출입을 못하다가 청명절에는 화전놀이를 나갔다고 한다.
내방가사를 연구하는 위덕대 이정옥 교수는 「화전가와 화전놀이에 대한 연구」에서 경상도 영양지방 의 놀이에 참여한 동류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려낸 일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광대 같은 대구 댁은 사냥개를 닮았는가? 어이 그리 시끄러운가?/ 부덕 좋은 교동 댁은 말소리를 볼작시면 기생사촌 닮았는가?/ 춤 잘 추는 방전 댁은 하는 이력 볼작시면 거만하기 그지없다./ 토곡 댁을 볼작시면 수나비를 닮았는가? 하는 짓도 분별없다’
이 화전가를 보더라도 여성들에게 있어서 화전놀이는 유일한 비일상적인 축제의 시간이었다. 단조롭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삶에 활력을 주는 민속놀이였다.
봄날 하루, 부녀자들의 유쾌한 일탈은 봄 햇살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위의 이정옥 교수는“화전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봄이 되면 즐겼고, 남성들의 화전은 부정기적인 봄맞이 풍류의 일환으로 참여 범위도 지인들로 제한되어 여성들의 화전놀이와 구별되었으며 남성들에게는 가벼운 여가활동이었으나 여성들에게는 일 년에 한번밖에 없는 공식적인 집단 나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고 설명하고 있다.
아직도 안동지방 내방가사 보존회에서 화전놀이 중 경연대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화전놀이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해로 오염되기도 하였지만 먹을 것이 풍부하고 숲과 꽃을 사랑하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이제 눈을 돌려 푸른 하늘을 가슴에 품고 가까운 산야로 나가 꽃을 따서 화전이라도 부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멋진 삶이 아니겠는가?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그 풍류도를 이어받아 삶의 활력을 되찾아 가는 것도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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