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하는 일의 특성상 하루에도 몇 건씩 귀농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는다. 질문의 단골메뉴는 과연 귀농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어떤 것을 지원해 주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비 귀농인들은 그게 그렇게 궁금한가 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필자는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불친절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귀농하려고 할 때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이를테면 ‘정착지원금’에 솔깃해지면 정작 소탐대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비 귀농인들이 귀농지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일반적인 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고향과 같은 연고지를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향으로 귀농하면 연고가 없는 귀농인들이 겪는 여러 가지 애환의 대부분을 예방하거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여러 가지 형편상 고향과 같은 연고지로 가지 않고 다른 지역을 탐색할 때 어떤 안목을 가지고 결정해야 될 것인가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선 당장 정착지원금을 많이 주는 것을 선호하기 보다는 그 지역의 귀농문화를 면밀히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귀농문화’라 함은 귀농인들을 대할 때 지역주민을 포함하여 행정관청에서 어떤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파생되어지는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일컫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단시일 내에 한 지역의 귀농문화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쉬운 방법으로 실제로 먼저 귀농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탐방이 필요하다.
요즘 흔한 방법으로 관광을 포함하는 농촌체험활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그 지역의 귀농단체를 통해 분위기를 탐색하는 것은 매우 요긴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먼저 귀농한 이들이 자신의 귀농을 만족해한다면 일단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탐색은 경우에 따라서 매우 주관적으로 흐르기 십상이어서 온전하다고는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런 실제적인 탐색과 아울러 반드시 해당 지자체의 귀농정책을 유심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귀농문화를 가진 지역은 대체로 훌륭한 귀농정책을 수반하고 있다. 당장 많은 정착지원금을 기대하기 보다는-사실 많지도 않지만-같은 정착지원금이라도 어떤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는지, 어떤 사업 명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잘 검토해야 한다.
가령 상주시의 경우 ‘집들이 비용’을 지원해 준다. 같은 지원금이라도 ‘이사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과 ‘집들이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은 정책의 파급 효과가 전혀 달라진다.
귀농인을 대하는 정책의 출발점이 전혀 다른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사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정산하기에는 훨씬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귀농문화를 형성하는데 정책목표를 둔다면 기왕이면 집들이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얻을 이득이 커진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단위 비용을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필자는 예전부터 ‘귀농왕’선발 제도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 왔다.
지자체 단위별로 한명씩 선발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울러 포상의 범위를 할 수만 있으면 확대해서 귀농인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청송군과 같이 해마다 귀농인이 100가구를 넘어서는 지자체라면 면 단위 차원의 우수 귀농인(귀농선도농가)을 한명씩 선발, 포상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귀농인에게 이런 타이틀은 도회지의 판로를 개척해 나가는데 훌륭한 수단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가 구상단계에서부터 좌절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들리는 말에는 상을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니냐고 항변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반응들이 성숙한 귀농문화에 도달하지 못한 증거라고 말한다면 필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각지에서 귀농상담을 하는 귀농코디네이터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다 보면 한 지역의 귀농인들을 수용하는 귀농문화가 읽혀진다.
탁월한 정책수단을 적절하게 동원할 줄 아는 농정관계자들을 보면 내심 부럽기도 하다. 좋은 귀농문화는 귀농인 자신들과 기존의 지역민, 농민단체, 행정 관계자들이 함께 만들어 갈 때만 가능할 것이다. 예비 귀농인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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