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고용노동부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벌써 1년이 지났다. 3년간의 지방노동청장 재직시 부산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등 어려운 난제를 해결하던 시절보다는 한결 여유롭다. 요즘 종편 TV 등을 보다보면 정치 사회문제 등을 중심으로 나름 전문가들이 상식 수준의 멘트를 쏟아내니 시간이 후딱 간다. 매일 8개씩 신문을 읽어왔는 데 대부분 교수 학계전문가들이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의견과 해법을 피력한다. 최근 이슈로서 대내적으로는 김영란법 노동시장 구조개혁 공무원연금제도 개혁 대외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미국이 주창하는 사드, 일본 총리의 미의회 연설 등 다양하다. 대부분 정부의 대응 미흡을 질타한 이후에 근원적인 대책 마련 시급 등으로 마무리하는 것이어서 매우 아쉽다. 해당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평생 연구해온 전문가마저 상식 수준의 원론적인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방송 매체의 특성과 지면의 한계 시청자 독자들 수준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물위에 떠있는 오리가 발을 열심히 굴리듯 전문가적 관점에서 체계적, 각론적 연구는 부단히 진행되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흔쾌히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지난 2012년 구미 불소가스 누출사고가 일어났을 때 임천리, 봉산리, 그리고 4공단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노출 주민은 물론 동식물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치명적 피해가 난다는 이른바 ‘불소괴담’이 매체를 타고 상당기간 전국을 휩쓸었다. 대구경북의 산업안전을 책임지는 대구고용노동청장으로서 4공단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노사를 두루 면담하였다. 어느 사장님은 말라버린 잔디를 뜯어 찧어서 어항에 넣었더니 금붕어가 죽었다고 하면서 불소의 위험성을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따라 필자는 일부러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불소에 노출된 부자재 제품 판넬 벽 창문 차 유리 등을 만져보았다. 이른바 기체가 아닌 불소는 위험하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정부를 불신하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믿게 하고 싶었다. 참고로 불소는 지구상에서 7번째로 흔하고 우리 몸 뼈에 3그램 정도 들어있고 불소치약에도 들어있다. 그분들도 일정 부분 이해했겠지만 당초 믿지 않으려하니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의 권위를 빌리기 위하여 중앙정부에 화학 박사 교수 연구원 등을 현지에 보내 설명회를 열고 방송 신문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건의하였다. 그러나 현지에 담당공무원이 전문가이니 알아서 대처하라는 냉담한 답변이 돌아왔고 심지어 필자의 눈물겨운 노력을 ‘쇼’한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하였다. 여기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른바 전문가들의 역할이었다. 만약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이런 기회가 자신의 전문성을 제대로 알리고 몸값을 올리는 기회가 아닐까. 불소의 물성과 같은 과학적 진실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유사한 외국의 사례라도 알려줄 수 있지는 않았을까. 방송 신문 등 매체에서 화학물질안전 등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세우라는 등의 이른바 전문가들 주문은 현장 문제 해결에 당장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시민들 누구라도 필요성을 느끼는 그런 수준이었다. 그 이유와 해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일본 국비유학시절 등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한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코베 대지진 츠나미로 인한 후쿠시마원전 등 지진 태풍으로 인한 재해가 유난히 많은 나라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수많은 전문가들이 방송, 신문 등을 통해 자신의 전문적 식견 외국사례 등을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복잡한 전문분야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알게 되면서 괴담 등으로 인한 국론 분열과 불신도 줄어든다.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그러한 활동과 연구들이 자신들에 대한 평가와 미래 진로 결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련해 그 당시 대학원의 한국인교수(동경대 박사)는 웃어넘기기에는 너무 뼈아픈 쓴 경험담을 얘기해 주었다. 자신이 한국의 어느 유명대학으로 옮기려고 하자, 소개한 선배교수가 이사장이 일제 유명 골프채를 좋아한다고 넌지시 힌트를 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일본에서 교수영입위원장 역임 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셔오는데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한국의 풍토를 원천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귀국을 포기한 것이다. 당시 주변의 한국 지인들은 수년 안에 충분이 남는 장사가 되는데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였다. 이제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끊임없는 연구와 학문적 성과를 가지고 승부해야 한다. 상식적 수준에서 그저 정부나 질타하는 칼럼이나 방송만으로는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 극히 부족하다. 산ㆍ학ㆍ관 합동으로 ‘연구회’를 만들어 중요 이슈에 대하여 끊임없이 연구해나가야 한다. 정부도 개론서 수준의 연구 실적이나 언론 매체 출연을 기준으로 이른바 ‘폴리페서’ 발탁에 신중해야 한다. 대학 연구소 등은 연구실적 중심으로 진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혈연 학연 지연 그리고 뒷돈이 채용기준이 된다면 누가 피나는 노력과 실적으로 승부하려고 하겠는가. 언제까지 동북공정, 역사왜곡, 외교국방, 부정부패, 경제, 개혁 등에 대하여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식의 지적에 머물러야 하는가. 제대로 된 전문가가 하루 빨리 노벨상을 받는 풍토를 우리 함께 만들어가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