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박수경 기자] “자연을 찬미하는 사람, 시를 읽고 마음에 새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花爛春城하고 萬化方暢이라!
봄기운 가득한 어느 오전 만난 신동화(63ㆍ사진) 씨의 사무실 귀퉁이에는 켜켜이 쌓인 종이 뭉치가 눈에 띄었다.
흰 종이 위 빼곡히 들어찬 검은 글씨는 언제 어디서든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간단히 메모하는 그의 꼼꼼한 습관의 결과다.
“모든 사람이 시인입니다. 단지 시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들을 마음속에 품고만 있을 뿐이죠. 언젠가 그 감정들이 언어로 표현된다면 그것이 바로 시입니다”
어린 시절 서당을 운영하던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한자와 역학을 익히며 자랐다는 신 씨는 어느새 당신만큼의 세월을 입은 모습으로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국민학교에 입학 후 일기 쓰는 것을 시작으로 글쓰기에 흥미를 느낀 신 씨는 고교 시절 아동문학의 대가 故 손춘익 선생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故 손춘익 선생으로부터 받은 그의 아호는 ‘농사짓는 골짜기’라는 뜻의 ‘農谷’.
그는 현재 여러 막중한 책임을 지고 60대의 나이에도 바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를 쓰는 일에는 소홀함이 없다.
“길가에 핀 한 송이 꽃과 빛나는 새벽별 그리고 가만히 품어주는 바다 등 대자연을 노래하며 인간사를 돌아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자연의 품속에서 한 잔 술을 곁들이면 어지러운 세상 속 상처받은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죠. 모든 순간의 감정을 시로 표현합니다”
‘술잔은 돌리는 것이 제맛’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분명 풍류를 아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그의 시에 담긴 자연과 인간사는 쳇바퀴 굴러가듯 바쁜 나날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연장자로서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한편 그는 가족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 낭만적인 꽃중년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고마움을 항시 잊지 말고 살아갑시다. 당신이 내 곁에서 씩씩하게 견디고 있는 모습이 나는 너무 좋습니다」
신씨가 그의 배우자 최말남(63) 여사에게 보낸 편지 일부분이다.
아내와 슬하에 아들 셋을 둔 그는 어머니 문도분(88) 자당과 인생 제3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써온 시들을 한데 엮어 정식으로 독자들에게 근사하게 선보일 것입니다. 또한 총총히 뜬 별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연을 가까이하는 재미를 시민들과 공유할 계획도 가지고 있죠”
세상 모든 것들은 각기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에너지가 만나 인연이 된다고 말하는 신동화 씨.
앞으로 그의 남은 여생 동안 무수히 많은 에너지가 만나 쓰여질 자연 찬미가(歌)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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