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는 국민의 비상벨로써 위급상황에 처한 개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동아줄과 진배없다.
범죄와 사고를 비롯해 각종 불안상황에 직면할 때 어느 영화의 주인공 ‘홍반장’ 처럼 제복 입은 경찰관의 등장은 참으로 반갑고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경찰이 근래 들어, 112신고 총력대응체제 구축에 나선 것도 보다 신속하고 더욱 정확하게 국민의 부름에 부응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112장난전화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는 인식 아래 상습적으로 허위신고를 한 사람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는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장난전화 한 통 때문에 긴급하게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모두가 인식했으면 한다.
일선 경찰관으로서 112허위신고와 더불어 비상벨 오작동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자위방범 의식이 높아지면서 편의점, 주유소, 금융기관, 각종 상가 등 범죄 취약지역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더불어 이용자 부주의로 인해 경찰이 헛 걸음 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문경경찰서의 경우 비상벨 신고의 97.3%가 오작동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위기상황 관리를 위해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하는 경찰관으로서 단 한 건의 비상벨 울림에도 전력을 다해 대응해야하는 만큼 오작동으로 인한 비능률과 낭비는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상당수의 오작동이 수화기를 잘못 놓는 다거나,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늦게 누르는 등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능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비상벨 설치 업주와 출동 경찰관이 서로 겸연쩍어 하는 모습도 이제 일상화되고 있다면 과장일까.
오작동에 따른 출동에 시간을 허비하느라 정작 절체절명의 위험에 노출된 주민을 방치하게 된다면 엉뚱한 곳에 경찰 에너지를 소진하는 시간에 치안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범죄예방 순찰을 한 번 이라도 더 돌 수 있다면...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경찰의 경계태세는 365일 24시간 늘 현재 진행형이다.
단 한 번의 업무상 에러, 단 한 번의 출동 지연이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비상벨 작동에 전심전력을 다해 출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매 순간이 실전이고, 실재다.
최근 들어 비상벨 오작동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범죄대응력을 보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신규 설치를 둘러싼 매몰비용 등으로 인해 주민 생활현장에 완전히 정착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멀어 보인다.
112 허위신고가 고의에 의한 골든타임 훼손이라면 비상벨 오작동은 과실에 의한 골든타임 훼손이다. 비상벨 오작동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관찰이 절실하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어려우면 좀 더 섬세하게 ‘벨’을 관리할 때 치안력 운용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그 자체가 위험에 처한 나의 이웃을 돕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前 FBI국장 후버는 “범죄에 대응하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는 주민과의 협력이다”라고 했다.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맛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탤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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