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15세~29세)은 11.1%로 1999년 이래 최고치로 나타났다. 11%라는 수치도 충격적이지만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 등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현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매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청년실업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너무나도 대기업 위주라는 점이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 보면 좋은 현상이지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은 대부분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맞물려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고용은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인건비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은 다른 후진국에 비해 인건비가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 제조시설을 설립한다든지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여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당연히 일자리 창출과는 관련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어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나누는 기준 중의 하나는 직원 수 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었다는 말은 그만큼 직원 수가 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기에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을’의 입장이고 이는 갑의 입장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동반성장보다는 단가 압박 등에 희생되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2000년 이후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00만개 중 7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생태조건은 근로조건의 열악함과 낮은 급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을 청년층의 고학력화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치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비단 고학력화 된 청년층 구직자가 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취업하지 않는 것처럼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근로조건 격차가 청년들이 선택을 고민할 정도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2.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대기업 근로자가 500만 원가량 받는다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300만 원 가량 정도를 받는 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하면 2배 차이다. 그리고 근로시간이나 복지는 중소기업이 더욱 열악하다. 이런 조건에서 어떤 청년이 중소기업에 즐거운 마음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물론 현 정부도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 창출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외치지만 중소기업의 실질적 개선에는 투자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경제성장을 생각하니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겠고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니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구조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딜레마 상황이다. 눈앞의 경제성장을 선택할 것인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딜레마를 나무의 뿌리와 열매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고용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돌봐야 하는가? 아니면 뿌리는 나중에 돌보더라도 지금 당장 열릴 수 있는 열매 즉 경제성장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
뿌리가 튼튼하면 건실한 열매가 열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썩어가는 뿌리를 돌보지 않고 열매에만 초점을 둔다면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뿌리가 아파하고 있다. 언제까지 아픈 뿌리를 간과하고 맛있는 열매 맺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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