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제25조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는 시ㆍ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ㆍ행정구역ㆍ지세ㆍ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하여 이를 획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과서 같지만 선거구 획정에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지리적, 사회적 요소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금의 지역구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봉화ㆍ영양ㆍ울진ㆍ영덕 선거구는 총면적이 3천744㎢로 서울특별시의 6배를 넘는 거대 지역구이다. 거기다가 내륙의 봉화에서 해변의 울진?영덕까지는 물리적으로 100㎞를 훨씬 넘는다. 뿐만 아니라 유사 이래 험준한 태백산맥으로 격리되어 한 번도 동일생활권이 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인구 과소지역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억지로 한 지역구로 엮어져 있다.
영양군민들은 금뺏지를 볼 수가 없단다. 2만명의 영양이 그들만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때 엄청난 파워로 정국을 흔들었던 대단한 의원님마저도 뼛속까지 영양 사람이라면서 정작 자신의 지역구는 서울에 두고 있을까?
봉화ㆍ영양ㆍ울진ㆍ영덕 선거구는 애초에 지역구가 아니란다. 충북의 절반이나 된다는 광활한 이 곳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구를 옳게 관리하려면 국회에 출석할 수가 없고, 나랏일에 충실하려면 지역구를 다닐 수가 없게 된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모순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 뻔하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헌법불합치 일지는 지난 1995년 4:1, 2001년 3:1, 2014년 2:1이니 이대로라면 1:1 균형은 2024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을 헌법재판소가 거들어 준 꼴이 되었다.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246석 가운데 수도권 의석수는 112석이다. 금년으로 확정될 새 획정 안에 의하면 의석이 134석으로 불어나 과반을 넘어서게 된다. 놀라운 반전이다. 11.4% 면적의 수도권에 134석을 우선 배정한 다음, 남는 112석으로 90%에 가까운 면적을 가진 14개 시ㆍ도가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는 기막힌 실상이다. 비례대표라는 제도는 이보다 훨씬 지독한 중앙집중형이어서 지방에서는 아예 포기한지 오래다. 이런 상태로도 지역 균형발전이 가능할까?
서울시 6배 면적의 봉화ㆍ영양ㆍ울진ㆍ영덕 선거구에서 달랑 1명 선출되고, 면적 1/6밖에 안 되는 서울시에서 47명의 국회의원 군단이 배출된다면 이는 1:282라는 어마어마한 국토 불균형을 두는 꼴이 된다. 이런 면적 격차를 지적하는 헌법소원은 왜 이뤄지지 않을까?
국가 구성의 3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이 중 양대 기둥이 국민과 국토이며, 국토는 인구를 담는 그릇이므로 오히려 상위 개념이 될 수 있다. 국토가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한 요소인데도 주주총회 하듯 인구수만 기준 삼은 저의는 무엇인가?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와 국토가 함께 고려되어야 함이 오히려 헌법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땅에 대한 집착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민족의 정서도 깔려있다. 그런 국토를 뒷짐 지운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텅 빈 농촌을 버려두고 복작거리는 아파트단지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어떻게 국가를 대변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와 면적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택시요금이 거리ㆍ시간 병산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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