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과 3학년의 두 딸을 둔 서미경(여ㆍ47)씨는 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 이름으로 주택청약저축통장과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그 뒤 학원에 보내는 대신 매달 10만원씩 입금해 줬다. 중, 고교생 때 상담을 받은 두 딸이 학원보다는 집에서 공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입금은 지속됐다. 딸들에겐 입버릇처럼 대학등록금까지만 지원해 줄 터이니 이후에는 독립하라고 말했다. 서씨는 그렇게 쌓인 돈이 각자에게 1천400만원이 넘었으며 그동안 아낀 교육비는 1억원 가량 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앞으로 딸들의 결혼비용이나 취업준비 학원비로 돈 나갈 일이 없다. 딸들과 이미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고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한 점이 두드러지는 부문이다. 무리하게 자녀교육비로 투자하지 않아 일찍부터 자녀의 독립을 준비한 효과를 가져왔다. 마치 1971년 4월4일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의 유언을 연상케 한다. 첫째 손녀 유일랑에게는 대학졸업 때까지 학자금으로 1억원, 둘째 딸 유재라에게는 유한공고 안에 있는 땅 5천평을 이 땅을 울타리를 치지 말고 유한동산으로 꾸밀 것, 내 소유의 주식 전부는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증한다. 아내 호미리는 딸 재라가 그 노후를 잘 돌봐주길 바란다. 아들 유일선은 대학까지 시켰으니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것이 유언장 내용이었다. 아들 유일선씨는 유유산업의 창업주다. 참으로 기업가다운 아름다운 사회상을 남겼다. 이렇듯 자녀와 대화할 때도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부모는 무조건 대학교육비와 결혼 때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여기고 자식들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드리는 관계는 건강하지 못하다. 부모의 도움에는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은 네 몫이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얘기해야 한다. 자녀들도 성인이 되면 부모가 늙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모의 노후준비에 대해 같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지녀도 부모에게 기댈 수 있는 부문과 스스로 책임질 부문을 알고 미래의 부모 봉양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전국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김종우 회장은 진학상담을 위해 학교를 찾는 학부모에게 무조건 대학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가 뚝딱 나오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도 알아야 한다. 대학졸업이 취업이란 등식이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 4년제 대학을 마치고다시 전문대로 입학하는 학생만 한해 1천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대학에 가도 좋은 일자리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진로선택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초ㆍ중ㆍ고교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 직업세계의 변화를 알려주고 조기에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학을 다니며 덮어놓고 스펙을 쌓기 위해 고비용 유학을 떠나는 것도 꼭 취업에 도움이 되라는 보장도 없다. 학생과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부모 모두 취업 희망직군에 효과가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취업난을 완화하려면 기업은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데 대학엔 인문계가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특성화는 소홀히 하고 백화점처럼 모든 학과를 가지려한 대학에도 책임이 크다. 산업이 고도화 할수록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적 일자리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청년들이 한정된 일자리에 매달려 시름하기보다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시스템도 확충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못 먹고 안 입고 폐지를 주워서라도 자녀 교육비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부모들의 사고도 전환해야 한다. 사교육비 투자가 명문대학 입학이요 대기업 취업이라는 등식을 깨뜨려야 한다. 잘못된 선택으로 자식들의 장래를 망치고 부모들의 노후도 불행해지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