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들 교육 좀 똑바로 시키소!” 얼마 전 목욕탕에서 만난 지인이 날 보자마자 한 말이다. 난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잠시 멍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말하는 본인도 귀농인 일뿐더러 더구나 나에게 청송군 내에 귀농인 들을 모두 모아 놓고 공식적, 주기적인 교육을 실행할 권한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작 1년에 한번 1~2시간 정도의 성공적인 귀농생활에 대해 짤막한 소견을 나눌뿐이다. 아마 그 지인은 이를 두고 필자가 마치 모든 귀농인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양생각했던 모양이다. 기실 귀농교육은 귀농인들 만 받아야 될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반문할 이도 있을 법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를 들라고 한다면 지역민들은 귀농인들에 대해서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저술한 책에도 잠깐 소개한 일화이기도 하지만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이방인’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곳도 아닌 처가 고향에 귀촌해서 20년을 살았는데도 여전히 ‘저 사람은 객지사람 아니냐?’ 며 경로당 총무가 무슨 대단한 권력인양 소외시켜 버린다. 이 정도 경우는 약과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귀농인이 필자에게 털어 놓은 사연은 단순히 마음 정도만 상할 일이 아니었다. 사연인즉, 하우스 재배를 위해 비닐망을 촘촘히 덮어 놓았는데 며칠 외출했다가 돌아 온 사이 독사가 들어와 있었단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싶어 뱀을 쫓는데는 나프탈렌이 효과가 있다하며 수천 평이 넘는 밭에 고체로 된 나프탈렌을 역시 촘촘히 던져 놓았다. 역시 며칠 외출했다가 온 사이 거짓말처럼 그 나프탈렌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귀농인은 이 역시도 그럴 수 있는 일로 여겼다. ‘나프탈렌이 일제히 녹을 수도 있겠지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달리해야 될 사건이 결국 터졌다. 밭을 보호하기 위해 쳐 놓은 나일론 망과 말뚝의 이음새 부분을 예리한 도구로 모조리 잘라 놓아 망이 폭삭 주저앉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로만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우연스러운 일로 보이겠는가?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바로 귀농인에 대해 그릇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짧은 지면에 조목조목 다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그 이유와 대책을 하나씩 제시하려고 한다. 각설하고 필자에게 찾아오는 귀농인들은 헙수룩한 사연을 들고 찾아오지 않는다. 저마다 기가 막힌 사연을 들고 방문을 한다. 물론 귀농인 개개인의 농촌생활 태도도 필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귀농인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농촌사회에서 귀농인은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자는 것이다. 귀농은 마치 ‘사회적 이민’과 같아서 얼마의 땅을 가졌던지, 얼마의 자금을 가지고 들어 왔든지 더구나 도회지 생활에서 얼마나 잘 나갔는지 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농촌에서는 사회적 약자임에 분명하다. 사회적 약자에게 무엇을 양보하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의 형편을 먼저 살피고 이해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고향도 아닌 곳에 아무 연고도 없이 귀농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귀농인을 이해하기 위한 ‘귀농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차제에 귀농인들의 애환과 고충을 처리하는 공식적인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고 싶다. (물론 잘하고 있는 자치단체도 있다) 또 이웃과의 분쟁이 발생하거나 다툼이 있을 때 제3자가 중재하는 것도 고민해 봄직 하다. 중요한 것은 귀농인의 고충을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 보라는 것이다. 잘 들어주기만 해도 의외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앞으로 필자는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독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필자가 사는 청송지역의 이야기에서 완전 자유로울 순 없지만 너무 특정한 지역의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 독자제현의 애정 어린 충고와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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