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꽉꽉, 든든
윤 석 산
자동차 기름을 만땅 채운 날은 왠지 마음이 빵빵하다 휴대전화를 꽉꽉 충전해 놓고 시작하는 하루는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든
든하다
우리 어머니, 일곱이나 되는 자식들, 메추라기 새끼마냥 주렁주렁 매달고 키우시던 우리 어머니
언제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 한 구루마, 쌀 한 가마, 김장 두 독 해 넣으시고 그제야 든든하시다는 우리 어머니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조금도 두렵지 않으시다 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연탄광도 아닌, 어머니의 김장독도 아닌, 어머니의 쌀독도 아닌, 기름 빵빵, 휴대전화 꽉꽉 충전해 두고 오늘 나 든든 시작한다
◇시 읽기◇
시대다. 손바닥 위에서 세상을 보고, 모든 정보통을 손에 들고 다닌다. 구차하게 물어보지 않아도 다 경험하지 않아도 버튼만 누르면 정보가 쏟아지니 어른이 없어도 아쉬울 게 없다. 그래서 연탄 한 구루마, 쌀 한 가마, 김장 두 독이면 메추라기 새끼마냥 주렁주렁 매단 일곱이나 되는 자식을 데리고도 겨울이 든든하다 시던 어머니들은 요양병원이나 양로원으로 퇴출당하고 있다. 휴대전화 꽉꽉 충전해 두면 하루가 든든하고 기름 빵빵 넣어두면 겨울이 든든한 시대다. 그러나 월세를 살면서 외제차를 선호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미래사회에서 선택된 일부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달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허겁지겁 좇아가기 바쁜데도 첨단과학의 발전 속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실제로 첨단과학기술 발전은 이제 ISTO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면서 기계도 자신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기계가 마음을 가지는 시대가 오면 사람은 마음을 쓸 필요가 없게 될까? 따뜻한 아랫목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어머니가 김치 쭉쭉 찢어 올려주던 밥이 얼마나 꿀맛이었는지를 까마득 잊어버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향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유 진/ 시인, 첼리스트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