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맞설 사드 배치를 조속히 결단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전략적으로 모호함을 구사하는 것은 핵탄두 소형화 등 가공할 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담보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대한민국 배치에 한ㆍ미ㆍ중 3국의 전략적 구상이 교차하고 있다. 중국은 노골적인 ‘미국 견제’구상을 드러냈고, 우리 대한민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채 버티고 있고, 미국은 북괴의 핵위협 능력을 강조하며 사드 배치에 대해 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괴가 지난 2일 새벽 6시32분에서 새벽 6시41분 사이에 남포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각각 495㎞, 493㎞였다. 최고속도는 마하 4.3, 최고 고도는 134㎞로 스커드 C계를 개량한 미사일로 추정된다. 서해안 남포에서 쏜 미사일은 북한을 가로질러 동해안 원산 북쪽의 호도반도를 지나 동해 바다에 떨어졌다. 이 미사일을 요격할 무기로는 사드가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에는 아직은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작년(2014)에 ‘전작권’ 재연기로 한미연합방위태세는 견지되고 있으나, 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해 창도 방패도 없는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다. 그 원인은 현재 계획 중인 킬체인과 추진 중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가 실효성 차원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킬체인은 선제공격의 비현실성 때문에, KAMD는 종말 단계와 하층방어인 PAC-3 중심이라는 점에서 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해 충분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고고도 상층방어체계인 사드를 우리 대한민국의 평택에 배치하는 것을 공론화하려는 것도 주한미군과 동맹국인 대한민국을 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실효적으로 보호하려는데 그 근본 목적이 있다.
사드는 고도 150㎞까지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상층(上層) 방어 요격 미사일이다. 사드의 ‘눈’인 레이더(AN/TPY-2)는 탐지 거리가 1800㎞에 달해 한반도에 배치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의 미사일 발사까지 탐지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사드가 북괴를 목표로 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에 의해 충분히 입증됐다. 또 사드 관련 군사적 정책결정은 북괴의 핵무기와 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는 것이 주목표이다. 중국의 안보전문가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 창완취안 국방부장 등 중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사드의 대한민국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사실 왜곡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방주권에 대한 간섭이다. 중국의 이러한 고압적 태도는 우리 정부의 좌고우면(左顧右眄)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다행히 최근 중국이 북괴의 전략인 “한반도 비핵화”와 “자주적 평화통일”에 동조하던 기존의 한반도전략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한중관계가 ‘중한경조(重韓輕朝)’와 정열경열(政熱經熱)의 관계로 발전하였으나, 북중관계는 점차 경색되어 가고 있다. 북중관계를 ‘혈맹과 완충지대’로 보려는 전통적 대북전략이 상존하는 가운데, 북핵이 결국 한일(韓日)의 핵무장을 초래해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배된다는 강경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사드 문제가 한중(韓中) 간 난제(難題)가 결코 아니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군사주권에 관한 것이다. 중국은 사정거리 1500km의 동풍21D 지대함 미사일을 백두산에 배치할 때 우리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았었다.
사드 배치는 이제 단순한 무기 체제 문제가 아니라 미ㆍ중 등 주변 강국 사이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과 국가 안보전략을 가늠하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으며 일본도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상대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중국도 미국과 일본에서 멀어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대등한 외교 대상으로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관점에서 사드 평택 배치는 필수불가결하다. 열강이 각축하는 동북아정세 속에서 탁월한 병기를 우리 돈으로 사들여야 할 상황인데, 마침 미군이 자국비용으로 우선 배치하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있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에 따른 우유부단은 동맹국 미국으로부터의 신뢰상실을 초래해 동맹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 국민 60% 내외의 압도적 다수가 사드 배치를 찬성하고 있다. 원칙과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안보전략이 절실한 때이므로 올바른 선택을 조속히 해야 한다.
따라서 사드 배치 문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의 생존적 전략을 재점검하고 미ㆍ중 양대 강국 사이에서 오판과 실기(失機)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이 사드를 평택 배치에 대해 취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방침을 외면하고 사드에 대해 협의를 해왔음을 돌연 밝힌 것은 사드 배치의 절박함과 그 실현을 위한 외교적 암중모색(暗中摸索)의 표현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시간적으로 결코 여유롭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전략적 모호는 답이 될 수 없다. 사드 배치 결딴을 조속히 내려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김영시 시사안보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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