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경철기자] 경주시는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행위허가(토지형질변경) 시 법령에도 없는 감리자를 두도록 하는 도시계획조례안을 신설함에 따라 담당공무원의 책임면피용이라는 지적과 함께 개발행위자(사업시행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주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법령에도 없는 도시계획조례안을 신설함에 따라 정부의 규제완화와 규제철폐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건축법과 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감리자 선정기준과 중복돼 사업시행자가 감리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14일 개정된 경주시 도시계획조례 제22조 제7호에 따르면 ‘시장은 토지형질변경으로 안전사고, 재해위험, 낙석 및 토사유출 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개발행위면적 2천㎡ 이상의 사업, 높이 3m 이상인 석축이나 자연석 쌓기 및 5m 이상의 옹벽공사 등이 포함된 사업, 절ㆍ성토 5m 이상의 공사 등이 포함된 사업에 대해 사업시행자는 반드시 감리자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또한 감리자의 자격은 건설기술진흥법 제2조 및 시행령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건설사업관리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자여야 하고 감리자는 개발행위 준공 시 감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는 중복감리 등의 문제점을 뒤늦게 인지하고 개정한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29일 문제의 조례를 또다시 개정해 ‘다른 법률에 따라 감리자를 두는 경우 중복되는 부분에 한해 다른 법률에 의한 감리자의 감리보고서로 갈음할 수 있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건축법과 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감리자는 건축사가 맡지만 토지형질변경 시 감리자의 경우 건설사업관리를 수행하는 건설기술자로 감리자의 자격을 명시해 토공, 배수공, 구조물공, 포장공 등 전문분야를 제대로 감리할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건설기술진흥법상 건설기술자는 경력, 자격, 학력, 교육 정도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 특급 등 4단계로 나눠져 있지만 조례에는 감리자격기준에 대해 별도로 명시하지 않아 감리비용이 저렴한 초급건설기술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정된 조례로 인해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형질변경을 해야 하는 사업시행자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감리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일부 사업시행자는 감리비용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높이 2.9m 석축 쌓기, 4.9m 옹벽공사, 4.9m 성토 등으로 설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 김모(61 동천동)씨는 “시가 안전조치를 핑계로 법령에도 없는 감리자를 두도록 하는 도시계획조례안을 신설한 것은 공무원의 책임을 감리자에게 전가하는 책임회피용”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실효성이 없거나 불필요한 경주시 도시계획조례 제22조 제7호를 즉각 폐지해 사업시행자에게 감리비용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가 개발행위를 하면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감리자를 두도록 하는 조례는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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