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최혜정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안동 예미정 별관에서는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후 4시 100년 전 항일 순국지사 추산 권기일(1886-1920) 선생과 가족이 고향을 등지고 만주로 향하는 ‘도만 구국행렬 재연 행사’가 열린다.
예미정은 안동권씨 부정공파 대곡문중에서 종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추산이 일제 강점기 만주로 떠난 지 만 103년 만에 처음 복원·재연하는 것으로 당시 나라 잃은 백성의 처절한 모습과 항일지사와 가족들의 숙연한 모습이 옛 그대로 재연된다.
대곡문중에서는 당시 만주 정착과 독립운동 군자금으로 천 석에 이르는 종중재산을 모두 처분해 황금 두 자루로 바꿔 소달구지에 숨겨 운반했다.
그다음 먼저 도착한 석주 이상룡 선생이 머물고 있는 서간도 통화현 추가가 마을로 향했다.
행사 1부는 도만 항일순국지사 추산 권기일 선생을 추념하는 시 낭독과 신흥무관학교 교가 제창을 시작으로 추산의 독립운동에 대한 경과보고를 하고, 2부에는 추산이 조부에게 하직인사를 한 후 식솔과 함께 가재도구를 실은 2대의 소달구지를 따라 고향을 떠나는 상황극 형태로 연출한다.
마을주민 100여 명이 행렬을 지켜보며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르게 된다.
한일합방이라는 미명 하에 100여 년 전 1910년 우리는 경술국치를 당했다.
임진왜란으로부터 300년 만에 또다시 일제에 강토를 짓밟히는 치욕과 나라 빼앗긴 울분을 참지 못해 전국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항일 자정 순국이 이어졌다.
자정 순국에 이어 대대로 지켜오던 재산을 처분해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고 식솔을 이끌고 머나먼 만주로 떠나는 도만 행렬이 요원의 불길처럼 시작됐다.
특히 당시 만주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던 안동에서는 명문거족은 물론이고 서민에 이르기까지 마을마다 항일투쟁 행렬이 이어졌다. 안동에서는 경술국치 이후 약 3년 동안 100여 세대 1000여 명이 항일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 서간도 지역으로 망명했다.
추산 선생 손자인 안동권씨 대곡문중 종손 권대용(67) 씨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라나는 차세대가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고 우국충정과 호국충절의 정신을 가다듬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100년 전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국 만 리 만주 독립운동에 나선 할아버지의 기막힌 심정이 가슴에 그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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