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5년 만에 새롭게 작성한 취임 후 두 번째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첫 번째 보고서는 5년 전인 취임 후 15개월 만인 2010년 5월에 내놓았다. 이번에 의회에 제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의 안보환경에 비해 최근 달라진 안보환경을 반영한 미국의 중요한 국가안보전략을 보여 주는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사회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 국가(IS)’ 격퇴와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명시된 점이다.
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패권 확장 드라이브가 국가안보의 직접적 위협으로 적시됐고, 사이버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전염병 퇴치가 미국 안보전략의 새로운 골간을 형성했다.
이 보고서에 적시된 내용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 안보와 관련된 분야는 살펴서 우리의 안보대응태세를 점검하고 새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번 보고서는 대외적 현안에 대해 과도한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당면한 도전과제들은 전략적 인내와 끈기를 요구한다”고 밝히면서, “미국은 국익을 보호하고 동맹과 우방에 대한 안보공약을 지켜야 하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과도한 개입(over-reach)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외적 현안에 대해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둘째, 오바마 집권 2기의 간판 외교정책인 ‘아시아 재균형’전략을 재천명하고, 이라크와 아프간에 쏠려있는 경제ㆍ군사ㆍ외교적 자원을 아시아로 이동하는 구상을 밝히고 있는 것이 특히 주목된다.
보고서가 재천명한 전략은 ① 한국ㆍ일본ㆍ필리핀ㆍ태국 등 조약동맹들과의 안보협력을 심화하고 ② 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 중국과 해양 분쟁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들을 지원하며 ③ 아세안과 동아시아 정상회의, APE C 등 역내 다자주의 틀에 대한 개입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이 전략보고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협력과 경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전략의 기저(基底)에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핵심 전략이 깔려있다. 그리고 중국을 향하여 ① 해양안보 ② 무역 ③ 인권 분야에서 국제적 기준과 규범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군의 현대화와 세력 확장을 긴밀히 감시하겠다고 못 박고 있다.
그리고 북괴 도발은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북핵은 원론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북괴에 대하여 5년 전에는 ‘고립이냐, 대화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해 압박하던 기조와는 달리 북괴발 위협의 심각성과 비핵화를 원칙적으로 강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보고서는 북괴의 도발과 위협이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차원에서 언급하면서, ① 북괴의 도발과 동ㆍ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이 긴장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② 아시아 역내에서 해양영유권 분쟁과 북괴의 도발이 긴장 고조와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고, ③ 한반도(북괴)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북괴의 무기개발과 확산에 따른 심각한 위험에 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넷째, 새로운 국가안보의 키워드가 된 ‘사이버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가의 번영과 안보는 개방적이고 상호 호환적이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에 있다”고 하면서, “우리의 컴퓨터 네트워크 인프라가 사악한 정부와 범죄 행위자, 개인들에 의해 타깃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기업과 네트워크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했다. 이는 북괴와 중국을 비롯한 민간기업 등이 주도하는 사이버전 위협을 염두에 둔 대응조치로 볼 수 있다.
이상으로 보고서를 진단해 평가할 때 미국의 대외정책 리스트에 북괴와 한반도 현안이 계속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을 시사(示唆)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또한 우리 안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아 유사시 미국의 군사개입 자제가 예상되어 다소 우려된다.
그러나 작년 10월 ‘전작권 전환(한미연합사 해체)’의 재(再)연기, 한미연합사와 미군 210여단의 현 위치 잔류가 합의되었기 때문에 북괴 무력도발에 미국의 즉각적인 참전이 가능하지만,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주한미군에 가해지는 북괴의 핵ㆍ미사일 방어에 핵심적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우리 대한민국 배치가 우리의 반대로 무산될 경우 주한미군의 철수를 우려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은 우리의 사드배치 반대(?)를 중국을 의식한 ‘한미동맹의 약화’로 오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북괴 위협에 대응하는 미사일방어망이 일본에 중점 배치될 경우 한미동맹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은 한미동맹-미일동맹에서 미-일-호주 동맹으로 무게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북괴의 핵ㆍ미사일 위협의 피해 당사자로서, ‘북괴 비핵화’를 위해 우리 정부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이 요구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