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바다를 사들고 왔다.400g을 덜어내니바다 한 귀퉁이가 우묵하다.마른파도를 다듬기 위해 앞치마 입고 신문질 펼친다.팔딱거리는 물결 한 자락 떼어내고뛰어오르다 굳은 파도꼬리를 자른다.머리 떼어내고 손톱으로 배 가르니뒤틀리고 마른 비린내가 거실을 헤엄쳐 다닌다.살기위해 뭉쳐 다닌 물 속뭉쳐 다녀서 쉽게 그물에 걸렸다.얼마나 쫓겨 다녔는지 까맣게 탄 내장질서의 뼈들에 반짝,별빛이 박힌다.거실에 펼쳐진 은빛물결들끓는 열을 통과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은빛고추장에 꾹꾹 찍히고프라이팬에 볶여도 웅크리기만 하는세상의 밑반찬들.잘 손질한 멸치 한 접시빳빳하게 굳어버린 수심들.<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건멸치가 주부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이며 들어온 후의 진행을 흥미롭게 적은 시다.일상에서 가장 자주 오르는 반찬으로 멸치만한 게 없다. 그 반찬을 먹으며 멸치에 대해서 단 한 번도 그들의 삶이 힘들었을 것이다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쉽게 먹는 일에 당연해 했다. 그런데 시인은 새로운 시각을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멸치에서 바다를 바라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속에서 떼 지어 다니는 멸치들의 서로 의존하며 버티는 힘을 보았고, 운명공동체의 허약도 보았던 것이었다. ‘살기위해 뭉쳐 다닌 물 속/ 뭉쳐 다녀서 쉽게 그물에 걸렸다’고 했다. 그들의 저항이 된 파도며 물결의 출렁임을 보며 수평선에 비추이는 햇빛의 은빛 세계를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멸치 떼의 일원이 된 것이었다. 시장에서 사온 ‘4㎏의 바다’로 ‘거실에 펼쳐진 은빛물결들’을 바라보게 하고 있다. 살아서는 해 낼 수 없으나 죽어서는 할 수 있는 멸치들의 복 짓는 일이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것.그들을 손질하며 ‘파도 다듬기’를 하고 있는 시인의 상상이 바다의 해조음을 불러 들인다. 멸치의 몸에서 우러난 구수함이 온 집안을 헤엄치게 한다. 문득 드는 고마움…<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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