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피가 묻은 칼을 눈밭에 꽂아 놓아두면 피 냄새를 맡고 온 늑대는 허겁지겁 칼날에 묻은 피를 핥는다. 조금만 지나면 그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자기 혀의 피를 먹게 된다. 늑대는 그것이 자기 피인지도 모르고 계속 먹다 끝내 과다출혈로 죽는다. 이것이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늑대를 잡는 방법이다. 늑대들은 피 냄새, 즉 하나의 욕심에만 관심을 둔 채, 자신의 혀가 미끼를 문 줄도 모른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매달려 자신이 처한 형국을 파악하지 못하였기에 눈밭에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마치 인간사에서도 달콤한 작은 이익에 빠져 대의를 보지 못할 때 늑대의 사냥법에서 처세의 기술을 배운다.늑대의 사냥뿐만 아니라, 이번 2022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점, 범의 해를 보며 기호지세(騎虎之勢)도 떠 올린다. 지금의 대내외적인 형국은 마치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기세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용감한 모습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호랑이 등에서 내리는 순간, 호랑이 밥이 되므로 중도에 그만둘 수 없고 끝을 봐야 할 형세를 가리킬 때 쓰인다. 특히 이 고사성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처지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다. 이미 시작한 일이라 전장의 불리함 속에서 도중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자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백두 간두에 빠트려 아무에게 도움도 못 받고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대내적으로도 야권 당 대표의 범죄사실에 대한 검찰의 수사 통보와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지지하는 여권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범죄 수사에 성역은 없다는 견해다. 그러나 이에 반해 당 대표를 지지하는 야권은 표적 수사이고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견지한 채 검찰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야권의 입장 또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취하는 걸 보며 기호지세(騎虎之勢)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서 밀리면 죽게 되는,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대단히 위태로운 고비로 여기는 모습을 역력히 본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면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가 없다.수명 연한이 오래된 전투기로 고장과 추락하는 순간에도 조종간을 놓지 않고 민가를 피해 야산에 추락한 젊은 조종사. 그의 숭고한 마음에서 애국자의 모습을 여실히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청년의 죽음에 안타까운 눈물이 난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도 여야를 막론하고 입으로만 나라 사랑할 것이 아니고, 국민을 지키려다 산화한 이 젊은 조종사처럼 애국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늘 2류 도 아닌 3류 라는 세간의 평을 받는다. 야당 대표라도 범죄사실이 의심스럽다면 정당하게 출석해서 수사받으면 되고, 진영논리에 갇혀 법 위에 군림해서는 곤란하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시작한 2022년이 아직도 끝나지 않는 전쟁과 미국이 떠난 아프카니스탄의 살육을 보며 위정자들은 정신 차리길 바란다. 자신의 안위와 이권을 버리고 국가와 국민을 진정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자신의 목숨과 국민의 목숨을 바꾼 이런 마음씨의 소유자가 바로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걱정하는 진정한 애국자이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특히나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기쁨과 보람 그리고 크나큰 슬픔의 재앙도 겪었다. 다사다난한 일을 돌이켜보면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가운데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고, 대내외적으로 외교 및 내무 관련 윤석렬 정부의 화려한 출발도 있었다.정치권에서는 초보이나 법조인으로서 처음 데뷔무대가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자리, 국가수반의 자리였다. 그전 문재인 정부와 정책적인 차별을 두며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 정책, 한미일 공조를 중요 포석으로 두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외교무대에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정권 교체의 서막을 알렸다. 전통적인 우방과의 공조도 복원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발생한 크나큰 사건 사고로 이태원 압사 사고가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 사고로 연결된 안타까운 일이었다.그러나 슬픔 속에서도 오미크론 변이와 델타 변이 등을 대비해 묵묵히 계속 싸우는 의료진도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유를 즐기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밝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슈와 끊임없는 북한의 대남 도발도 여러 차례 자행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렸고, 월드컵이 열려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지구촌의 안타까움과 세계물류 대란으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형국도 맞게 되었다. 마치 늑대가 피 묻은 칼을 핥아먹듯, 스스로 자멸의 길로 가는 듯하다.올해 호랑이의 해처럼 무서운 일들도 인제 그만,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서서히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 해 동안 저희 <경상매일신문>에 베풀어 주신 많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2023년 계묘년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만 가득한 신년이 되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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