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이른바 `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서해가 뜨거운 각축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시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신국방전략에 맞서 중국은 대양(大洋) 진출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G2(주요 2개국)`의 경쟁이 본격 전개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일본이 각각 미중과 연합하는 구도를 연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 주변에 `신(新) 냉전구도`가 형성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가 강화되고, 미국의 아시아 복귀가 본격화될 경우 동북아 정세의 급변은 물론 한반도가 어쩔 수 없이 대치전선에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서해가 주목되고 있다.
중국에 서해는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데다 연안 대도시들이 대거 몰려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정례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4월 중순 러시아 해군과 함께 칭다오(靑島) 부군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구축함 5척을 포함해 18척의 함정을 투입했다.
청나라말 북양해군의 뼈아픈 패배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미국이 서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할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양 진출의 교두보로 여기는 서해 방위를 위해 지난해 시험항해를 마친 항모 바랴크호에 이어 제2, 제3의 항모가 서해를 작전지역에 넣고 위용을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미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오는 2020년까지 미 해군 함정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11척인 항공모함 가운데 6척을 아시아에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 한국과 일본을 한데 묶어 중국을 견제할 전략을 행동에 옮기고 있다. 한·미·일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그리고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3국 국방장관은 언론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동대처를 다짐했다.
일본은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 구도의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과 북한은 북방한계선(NLL) 갈등으로 언제든 서해에서 충돌할 불씨를 안고 있다.
자칫 미·중간 해양패권 다툼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거론되는 이유다.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있지만 한국 해군의 군사력을 4강대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냉철한 분석과 현명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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