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다음달 10일 임기 만료되는 4명의 대법관을 대체할 13명의 후보명단을 지난 1일 발표했다. 판사 9명과 검사 3명 등 현직 법조인 12명 외에 외부 인사로 서울대 법대 교수(사법시험 출신) 1명이 포함됐다. 여성은 한 명도 추천받지 못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추천된 후보 가운데 4명을 뽑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고, 국회 인사청문회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임명이 확정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추천된 후보들은 사회적 변화상황과 국민 여망에는 상당부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보자 전원이 대부분 중도보수 성향으로 양 대법원장과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9.6%가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응답해 이념 가치의 균형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다른 어떤 기준보다 앞섰던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면이 있다. 또 현재 2명의 여성 대법관 가운데 1명이 임기가 끝나지만 이번 후보 명단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음으로써 여성 대법관은 1명으로 줄어든다. 성적 평등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대법원 판결에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판사 출신 이외의 법조인도 포함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이번 추천 후보 중 1명을 제외한 12명이 현직 법조인이다. 그 마저도 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게다가 사법연수원 9기인 윤진수 서울대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연수원 11-15기로 법조 경력이 비슷하고 9명이 현직 판사다.
또 현 14명의 대법관 중 13명이 서울대 출신인 데 이번 후보들도 비서울대 4명을 뺀 9명이 모두 서울대다. 직업 수행과정에서 교류범위와 사회적 경험이 유사해 성향이 비슷한 판사들로 대법원이 구성되면 판결이 편향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특정 학교 출신 중심으로 대법관이 짜인다면 편협성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인터넷 매체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갈등으로 비화되는 등 개인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부분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현실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법을 최종적으로 해석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은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사와 이익을 반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법관은 직업적 배경, 성별, 정치적 성향 등에서 다양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후보추천이 다시 이루어지기 전엔 이미 가치의 균형과 성적 평등의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으나 주어진 범위 내에서 덜 편향되고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게 대법관 인선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양 대법원장의 현명한 선택을 주목한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