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진저리쳐지게 붉다 가창오리 떼, 갈대꽃으로 칭칭 동여맨 천수만 물의 끝을 붙잡고 하늘로 오르고 있다 하늘 높이 퍼 올리다가 기우뚱, 붉은 물 논바닥에 쏟아버렸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예상하지 못한 태풍이 온다고 긴장하고 지냈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차가워진 날씨에 출퇴근 길 사람들의 어깨를 자꾸만 움츠리게 하는 계절이 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발자국 누구 집에 다녀갔는지 시치미 뗄 수가 없다
의료 산업의 발달에 따라서 치료 술식의 발전과 재료의 개선이 합쳐져 과거와 비교해볼 때 치아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습니다만, 치아 수명이 늘어난 만큼 치아가 시리다는 증상을 호소하시는 환자분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시린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식탁 위에 저녁식사는 저 혼자 식어가고 수능이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각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귀를 때린다 마음의 심지 까맣게 타들어가는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기까지 기다림은 몇 시간이었을까 모든 신경은 아이의 방문 앞에 다다른다 생체리듬은 자정을 훌쩍 넘고 달거리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몸을 빠져나간다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 수 있어 현관을 들어서며 딸아이가 그녀에게 묻는
살아만 있어도 본전이다 언제든지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배곯지 않으면서 순한 마음 유지하면 아주 큰 이문을 남긴 것 달이 배불렀다 훌쭉했다 반복해도 늘 환한 것처럼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가을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이 다가오는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로 범국민적으로 화재 예방 활동에 집중하는 달이다. 사계절 중 화재 인명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계절이 바로 겨울이기 때문이다. 겨울은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난방 기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화재 발생률이 늘어난다.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어느덧 나는 詩를 잃어버린 듯하다 놀라지도 감동받지도 않는다 한때는 그것이, 내가 너무 읽었거나 눈이 높아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다시 지금, 아픈 몸을 이끌고 볕 아래 바람을 천천히 흔들고 있는 화분의 잎사귀를 바라보며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봄날 오후 나는 시를 잃은 것이다
내 아픔을 이해한다니/ 깊게 오해했구나 감사 인사는 하지 못했다 식탁을 도둑맞은 듯이/ 허기지다가 뜯지 않은 소포처럼/ 더부룩한 저녁이면 반문하지 않아서 순진한/오르골 태엽을 감았다 운명을 비웃고 싶을 때는// 누가 벗었는지도 모를 재활용함에서 가져온 외투를 몇 번 털고/ 아무렇지 않게 입었다
풀잎 끝 파란 하늘이 갑자기 파르르 떨었다 웬일인가 구름 한 점이 주위를 살피는데
오래전 러시아 연인들이 정혼할 때 자작나무 수피 연서를 나누는 의식이 있었다는데 나무 향이 사라지듯 사랑의 감정도 희미해질 때 봉인해 둔 약속을 다시 불러냈다 한다 결대로 일어나는 껍질을 벗기며 이것은 종이가 아니라 옷에 가깝다는 생각 우리 옛사람들은 난을 치고 글을 지어 정인의 치마에 정표로 건네고 떠났다는데 당신의 이름과 내 이름 사이 단 하나의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길을 놓친 새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다 나는 남쪽 들녘을 떠돌고 당신은 북쪽 언덕에 머물러 있으니 나무의 옷 한 조각 얻어 환영 같은 시간들 지워 볼까
혈관을 막고 있는 노폐물처럼 국경에서 도시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전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빗발치는 포격// 유치원이 학교가 병원이 성당이/ 무너져 내리고 화마에 휩싸인다 아이를 낳던 임산부가 죽었고 여섯 살 난 어린아이가 죽었다// 꽃향기와 풀냄새 대신 곳곳에서 검고 매캐한 비명이 피어오른다// 죽은 이들의 눈이 아직 다 감기지도 않았는데 죽은 이들에게 진혼곡조차 들려주지 못했는데// 마르지도 않은 슬픔으로 포탄은 떨어지고
우리 잠깐 볼 수 있어요? // 나는 나갑니다 우리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이었고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해도 나갔을 겁니다
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다가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 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밥 먹이고 가요 그제야 나는 울음을 뚝 그쳤다
땡볕 속을 천 리쯤 걸어가면 돋보기 초점 같은 마당이 나오고 그 마당을 백 년쯤 걸어가야 당도하는 집 붉은 부적이 문설주에 붙어 있는 집 남자들이 우물가에서 낫을 벼리고 여자들이 불을 때고 밥을 짓는 동안 살구나무 밑 평상엔 햇빛의 송사리 떼 뒷간 똥통 속으로 감꽃이 툭툭 떨어졌다
가느다란 가지 끝에 열일곱 개의 작은 머루송이가 달려 있습니다. 누군가가 겨우 요거 달았냐 묻습니다. 머루송이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 최선이었어 " 그 말에 질문한 이는 비난의 시선을 거두고 사과합니다. "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빈 화단으로 두기 아까워 유채 씨를 뿌려 겨울 내내 나물을 해먹었지만 먹을 시기를 놓친 것들은 씨나 받자고 놔뒀는데
국내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 이후 국내 대기업 및 외국 유통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해 전통시장의 위상은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은 단순한 판매시설로서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장소 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삶의 터전이기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조금 더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대상이라 하겠다.